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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반대” 공공ㆍ금융 노동자 20만명 릴레이 총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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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반대” 공공ㆍ금융 노동자 20만명 릴레이 총파업 예고

입력
2016.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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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공공노련 5000명 가두행진

23일엔 금융노조 10만명 집회

공공운수는 27일부터 무기한 파업

은행업무 마비ㆍ교통대란 우려

철도ㆍ병원 등은 파업 중에도

필수유지 업무를 이행해야

“파업 효과 작아 되레 장기화”

파급력 싸고 전망 엇갈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등의 주최로 19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등의 주최로 19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노동계에 총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강제 도입하려는 정부에 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ㆍ금융업 노동자 20만여명이 릴레이 투쟁을 벌이는 등 현정권 최대 규모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릴레이 파업의 선봉은 22일 총력투쟁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이 선다. 공공노련 조합원 5,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4시30분 서울역광장에 집결해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화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후 숭례문-을지로-광교-한빛광장 등으로 가두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이튿날인 23일에는 금융기업 노동자 10만여명이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 집결한다. 신한ㆍ국민ㆍ우리ㆍ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34개 금융노조 지부 조합원들 대부분이 노조 조합원인만큼 이날 하루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금융노조 파업은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지난 몇 차례의 시중은행 파업과는 양상이 다르다. 우선 전체 조합원(9만5,168명)을 상대로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95.7%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고, 지난 13일에는 하나은행지부와 외환은행지부 위원장들이 전 조합원의 총파업 참여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2012년 산별교섭 등에서 계약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데 합의해 입사 1년이 지난 계약직 노동자들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계약직 근로자들까지 파업에 참여하는 등 역대 파업 중 파급력이 가장 클 것”이라며 “당일 영업장에는 비조합원인 지점장, 부지점장 정도만 남고 모두 파업에 동참할 전망이라 고객들은 중요한 은행 업무를 미리 처리해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27일부터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6만2,000여명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22년 만에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모두 중단되는 등 교통과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에는 철도ㆍ서울지하철ㆍ서울도시철도ㆍ부산지하철 등 대부분의 운수 관련 공공기관 조합원들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며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서울대병원 등 국민 일상과 직결된 공공기관 조합원들이 모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27일 오전과 오후 산별노조별로 출정식을 갖고 이튿날부터 서울 경기 강원 부산 울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파업투쟁대회를 개최한다. 또 29일에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500여명의 조합원이 10개조로 편성돼 플래시몹 등을 통해 성과연봉제의 폐단을 알릴 계획이다.

28일에는 경희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이화의료원, 보훈병원 등 51개 의료기관 노동자 1만여명이 소속된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벌인다. 소속 병원 노동자들은 당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성과연봉제 저지 ▦인력 확충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상경투쟁 집회를 할 방침이다.

이처럼 현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예고됐지만 일각에서는 규모에 비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하철, 철도, 병원 등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파업 중에도 최소한의 업무량을 유지해야 하는 필수유지 업무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 등에서 운행하는 지하철의 경우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평시 운행비율의 100%, 퇴근시간인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운행비율의 80%를 유지해야 한다. 병원의 경우에도 통상 응급의료(평시 대비 100%), 중환자실(100%), 분만(50~60%) 투석(60~70%) 등이 필수유지 업무로 분류돼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위원은 “필수유지 업무를 이행하다 보면 사업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파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불편 역시 최소화돼 파업 체감도 역시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파업의 목적 자체가 사업주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 이를 토대로 교섭을 풀어나가려는 것인데, 필수업무비율을 유지하면 기대했던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아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피로도가 높아져 오히려 노동계측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도 노조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못 받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장기파업을 통해 노동분야 이슈가 제대로 해결된 적은 거의 없다”며 “특히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성과연봉제가 자칫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어 공감대 확보나 파업 명분을 만들어나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경착륙식 전략’보다, 정부와의 협상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연착륙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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