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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이야기] 전립선특이항원(PSA)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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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이야기] 전립선특이항원(PSA)에 대한 오해

입력
2016.03.1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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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선릉탑비뇨기과 원장

정기검진 결과지를 보면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이하 PSA) 수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혈액검사입니다. 검사결과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은 질환을 이해하고 검사나 치료를 선택할 때 유용합니다. PSA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전립선암을 진단하는데 어떻게 이용되는지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PSA란 정상 전립선 세포가 만드는 물질입니다. 정액은 젤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묽게 풀어지는데, 정자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이러한 변화가 바로 PSA가 하는 일입니다. 마치 음식물을 영양소로 분해하는 소화효소와 비슷한 역할입니다.

전립선암이 생기면 PSA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립선세포가 만든 전립선 액은 수많은 관을 통해 요도로 배출됩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PSA는 혈액 속에 극소량만 존재합니다. 그런데 전립선암이 생기면 정상적인 배출 통로가 망가져서 직접 주변 조직으로 스며들고 모세혈관에 흡수됩니다. 하수도가 막혀 물이 넘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전립선 액의 정상적인 배출에 지장을 주는 모든 상황에서 PSA는 올라갑니다. 전립선비대증, 전립선 석회화, 만성전립선염 등에서도 PSA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급성전립선염이나 소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요폐 상태에서는 세포의 직접적인 손상에 의해서 PSA가 매우 높아지기도 합니다. 드물지만 선천적으로 전립선 액의 배출이 원활치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전립선암은 PSA가 높아지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PSA가 높다고 바로 조직검사를 하는 것보다는 각종 검사로 다른 원인을 가려내고 치료에 대한 반응도 살펴본 후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전립선암이 고령에 주로 생기고 천천히 진행하며 드물기는 하지만 패혈증 등의 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PSA가 정상이라고 전립선암이 없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암세포는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는데 PSA를 만드는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은 오히려 PSA가 높지 않습니다. 전립선암 진단을 위한 PSA 정상치를 4ng/mL에서 2.5ng/mL로 낮춘 이유입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건강검진에 각종 영상검사는 포함되지만 가장 기본적인 비뇨기과의사의 전립선 촉진검사가 누락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숙련된 의사의 손끝은 고가의 PET 검사보다 전립선암을 진단하는데 유용합니다.

6년에 걸쳐서 PSA가 서서히 높아져 조직검사 여부를 상담하기 위해 필자를 찾아온 환자가 있었습니다. 전립선을 만져보니 전립선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그간 환자는 전립선초음파나 촉지검사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하여 아쉬움이 컸습니다.

PSA가 높다고 전립선암은 아닙니다. 반대로 PSA가 정상이라고 전립선암이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PSA는 환자의 체온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폐렴이 아니며, 열이 없다고 아무 병이 없이 온전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정확한 전립선검진이란 비뇨기과 전문의가 전립선을 직접 촉진하고 경직장초음파를 통해 전립선 속을 자세하게 관찰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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