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했다. 이들은 전날 열린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고, 그에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최씨는 헌재의 소환에는 특검 수사를 핑계로 대고, 특검에는 헌재 심판을 둘러대며 출석을 거부해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이들이 재판에 꼬박꼬박 나오는 이유는 형사재판에 보장된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재판의 핵심 쟁점을 흐리고 진행에 제동을 걸어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뜻도 엿보인다.
11일 재판에서도 최씨와 안 전 수석 측은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최씨 측은 “검찰이 최씨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등 압박수사를 했기 때문에 피의자 진술조서는 허위 공문서”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검찰은 “자백을 강요한 적도 없고, 최씨가 자백을 한 적도 없다”며 반박했다. 나아가 안 전 수석은 검찰 기소를 뒷받침할 핵심 증거인 자신이 기록한 업무수첩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고, 내용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정당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증에 대해 시비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제출돼 탄핵 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씨 측은 조카 장시호씨가 특검에 제출한 ‘제2의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여전히“사용하지도 않았고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의 부탁으로 태블릿PC를 보관해 온 장씨는 “이모가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진술했다. 특검팀도 태블릿PC 속의 이메일 계정과 연락처 정보 등을 고려할 때 최씨 소유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논란을 차단하고자 해당 태블릿PC의 실물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명백한 사실에도 무조건 잡아떼는 것을 보면 뻔뻔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헌재의 탄핵 심판, 특검 수사와 재판 모두 핵심 관련자들의 비협조로 파행을 겪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단죄에 차질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또한 이런 조직적 저항의 배후에 박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궁극적 목적은 어떻게든 탄핵 결정을 늦춰 반전을 꾀해 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지금의 국가 혼란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국정 공백을 조속히 매듭짓는 데 적극 협조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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