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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4> 최양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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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4> 최양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입력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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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혁명에 비견되는 생명공학(BT)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한 작물이나 식품(GMO)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병충해와 척박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신품종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는 한편 인체와 환경에 미칠 잠재적 위협이 우려되기도 한다. 유전자변형식품은 '프랑켄푸드'라고 불릴 만한 괴물인가. 과기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지정된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최양도(崔良燾·51) 교수를 만나 보았다

●약력

경북 경주· 51세 서울대 농화학과 졸업 한국과학원(KAIS) 생명공학과 석사 한국과학기술원(KIST) 응용생화학실 연구원 미 노스웨스턴대 세포분자생물학 박사 서울대 농화학과 조교수, 부교수, 교수 과기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 특허청 심사위원

―왜 GMO가 필요한가.

"농업 생산성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 온 녹색혁명은 품종개량, 농약과 비료, 수리·관개 등 세 가지 기술에 의해 가능했다. 그 중에서도 품종 개량이 가장 비중이 컸다. 그러나 전통적 교배 육종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꽃가루를 묻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조합이 바닥을 드러냈다. 또 환경 관심이 커지면서 농약과 비료 사용에 한계가 왔고, 이상 기후에 따른 물 부족이 우려되는 데도 댐을 늘리기는커녕 있는 댐도 허물고 있는 추세다. 녹색혁명을 몰고 온 세 가지 기술이 위기에 처한 반면 세계적으로 인구는 늘고 있다.

생명공학을 이용한 신품종 개발은 그 대안이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아도 되거나 양을 줄일 수 있고, 물이 다소 부족해도 수확에 영향을 받지 않는 품종, 나아가 기존 식품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을 개발하려는 것이 목표다. 유전자변형 작물은 나온 지 10년도 안됐지만 지난해 세계 경작지의 9%에 재배됐고, 17개 작물, 75품종이 상품화됐다. 2010년이면 세계 농산물 시장의 85%를 GMO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배 육종에 의한 신 품종 개발과 GMO는 어떻게 다른가.

"벼를 예로 들면 교배 육종은 병충해에 잘 견디는 야생벼의 꽃가루를 묻혀 그런 성질을 나타내는 잡종을 고른다. 이와 달리 GMO는 원하는 특성을 가진 유전자를 추출해서 집어 넣는다. 과정은 다르지만 유전자 변형이라는 결과는 같다. 벼의 경우 교배 육종은 야생벼까지가 한계지만 GMO는 옥수수 등 다른 종은 물론 미생물 유전자까지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고 원하는 유전자 변형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종 간의 유전자 재조합이 소비자의 우려를 낳고 있는데….

"'왜 자연의 온전함을 무너뜨리느냐'는 지적은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식물, 심지어 미생물의 유전자도 지구상에서 함께 진화의 압력을 받아 온 자연의 일부분이다. 이종 간의 유전자 재조합도 자연계에서 이미 진행돼 왔다. 토양 미생물인 애그로 박테리아는 유전자 일부를 식물세포에 삽입해 자기만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한 아미노산을 만들게 한다. GMO 개발에도 이 애그로 박테리아를 운반체로 삼아 유전자를 이식하는 방법을 흔히 쓴다."

―유전자 변형 식품에 이식된 유전자가 인체의 장기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식품으로 먹는 동식물 유전자가 인체로 이동한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에 어긋난다. 동식물의 유전자는 강산성의 위액이나 소화효소를 그대로 통과할 수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 몸에서 그 동안 먹어 온 수많은 동식물 유전자가 나와야 한다."

―GMO가 알려지지 않은 독성을 띨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철저한 독성 검사를 거친다. 일부에서 유해 사례가 지적됐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예는 없다. 1998년 영국 로웨트 연구소의 아패드 푸스타이 박사가 유전자 변형 감자를 실험용 쥐에 먹인 결과 면역체계가 크게 손상되고, 뇌의 축소 등이 일어났다고 발표해 논란을 불렀다. 과학적 실험의 신뢰성은 재현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내가 한 실험을 다른 사람이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또 실험을 하다 보면 온갖 결과가 다 나오지만 의미 있는 결과만이 정리돼 발표된다. 푸스타이 박사의 실험은 재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장기 중량의 변화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 연구소가 실험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발표 후 그는 연구소를 떠나야 했다.

미생물에서 분리한 Bt 독소 유전자를 이식한 해충저항성 'Bt 옥수수'의 꽃가루가 호랑나비의 일종인 제왕나비의 유충을 죽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꽃가루 속의 독소의 양이 많지 않아 실험실에서 그것만 먹인다면 몰라도 자연상태에서 치사량을 섭취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자 재조합의 결과 그때까지 잠자고 있던 유전자가 깨어날 수도 있지 않나.

"흔히 제기되는 알레르기 우려가 바로 그런 생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유전자가 몇 개인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밝혀지고 있다. 잠자고 있는 유전자도 있고, 재조합에 의해 그것들이 깨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잠자는 애'가 깨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물론 깨어 있는 애를 잠재우는 기술도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 확인은 독성 검사와 함께 GMO 검사의 기본이다. 신이 절대 안전한 식품을 인간에게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모든 식품은 좋은 요소와 나쁜 요소가 섞여 있고, 인간의 지혜로 나쁜 부분을 제거하고 좋은 부분을 강화해서 오늘날 먹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인간의 실수도 있을 수 있지 않나.

"과학하는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다. '브라질 너트' 사건에서 보듯 자신이 개발한 GMO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과학자는 없으며 보다 유용하고 안전한 것을 개발하려고 애쓴다. 최종 검증은 시장이 하게 마련이다. 검사 과정의 단순한 실수가 문제라면 그것은 GMO에 한정된 게 아닌, 식품 전체의 문제이다."

―GMO가 농약 사용을 실제로 줄일 수 있나.

"옥수수는 자연상태에서 곰팡이가 많이 쓸고 거기서 아플라톡신이란 독소가 만들어진다. 이 곰팡이는 해충이 옮기기 때문에 농약을 써서 구제해 왔다. 해충 저항성 옥수수를 심으면 해충은 영악하게도 그 꽃가루를 잘 먹지 않아 농약을 쓰지 않고도 곰팡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생태계의 우점화, 종자 시장의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는데….

"현재 미국 몬산토가 GMO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듀퐁이 파이오니아 하이브리드라는 세계 최대 종자회사를 인수해 뛰어 들었고, 다른 회사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다양한 품종이 개발돼 새로운 종의 다양성이 이뤄질 것이다."

/황영식 편집위원 yshwang@hk.co.kr

■GMO 안전성 논란 사례 / 유통·생산과정 위생관리 부실이 문제

스타링크(starLink) 옥수수 사건― 2001년 한국과 일본에 스타링크라는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수입됐다가 회수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스타링크 옥수수에 인위적으로 넣은 유전자가 합성하는 단백질이 위(胃)의 소화효소 펩신에 의해 분해되는 시간은 3분으로 보통 단백질의 2분보다 길어서 검사 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지적돼 사료용으로만 허가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부가 식용으로 수입되거나 가공식품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공업용 우지(牛脂)가 라면에 사용돼 큰 물의를 빚은 사건처럼 유통상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유전자변형 식품 자체의 안전성 여부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이를 사료용으로 분류한 안전성 검사의 신뢰도가 입증됐다.

브라질 너트(Brazil Nut) 사건― 콩은 황이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적어 영양학적 가치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콩을 사료용으로 쓰려면 필수 아미노산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 종자 회사인 미국 파이오니어 하이브리드사는 1996년 브라질 너트의 유전자를 이식해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과 시스틴을 강화한 유전자 변형 콩을 개발했다. 그러나 브라질 너트의 알레르기가 바로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에 의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1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날린 채 연구를 중단했다. 자연상태의 브라질 너트에 의한 알레르기 유발 사례는 많지만 그 유전자를 이용한 유전자 변형 콩은 도중에 개발이 중단됐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기회가 없었다.

트립토판 사건― 일본의 쇼와덴코(昭和電工)사가 유전자 변형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식품첨가물 트립토판을 쓴 다이어트 식품을 장기간 복용한 37명이 신경장애로 사망한 사건이 1994년 미국에서 일어났다. 쇼와덴코가 미생물 자체와 트립토판 생산공정을 조사한 결과 트립토판 정제 과정에서 세균 일반이 가진 EBT라는 독성물질이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EBT는 세균 일반에서 검출되는 물질로 유전자 변형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생산공정의 위생관리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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