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한국' 저자 오버도퍼 별세
우리나라에서 외교ㆍ안보 분야 전공자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의 저자로 유명한 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인 로라 오버도퍼 여사를 인용, 196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WP에서 외교담당 전문기자로 근무하며 베트남 전쟁부터 소련 붕괴까지 인류의 현대사를 목격하고 기록했던 오버도퍼 교수가 이날 숨졌다고 보도했다. 향년 84세.
오버도퍼 교수는 지병이 악화되면서 최근 몇 년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 않았는데, 알츠하이머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개의 한국’ 최신판의 공저자인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위원도 올 3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존경하는 오버도퍼 교수의 쾌유를 기원하면서도 건강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1931년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고인은 52년 프린스턴대(정치학)를 졸업했으며, 한국전쟁 종전 무렵에는 미군 포병장교로 한국에서도 근무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한국의 현대사를 결정지은 미국과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450여회의 인터뷰를 거쳐 1997년 ‘두 개의 한국’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단일국가의 장구한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이 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강대국의 경솔한 결정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진 뒤 50여 년 간 서로 이기기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지, 그리고 한반도 주변의 여러 강대국들에게 어떻게 맞서 왔는지 그 과정을 정리해 보고자’했다고 밝혔다.
오버도퍼 교수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도 교유의 폭이 넓고 국제흐름에 대한 이해와 혜안이 밝은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다.
WP에서 기자로 재직할 때는 5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세월 동안, 미국 외교정책을 주도한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과 친분을 쌓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하야하기 이전부터도, 자신에게 비판적 논조로 일관한 WP를 극도로 싫어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마저도 “오버도퍼 기자는 그나마 가끔 좋은 소식을 전달한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는 93년 취재 현장에서 은퇴한 뒤에는 지병으로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부설 한미관계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했다. ‘두 개의 한국’이외에도 현장감 넘치는 문체로 베트남 전쟁의 이면을 다룬 ‘구정 공세’(Tet!)와 소련 붕괴를 다룬 ‘대전환:냉전에서 새로운 시대로’ 등도 저술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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