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탈당 후 국민의당 가거나
무소속 남은 동교동계에 화살
“개성공단 폐쇄 결정한
박근혜정부는 안보무능정권
中전문가들 ‘총선용’ 100% 확신
어떤 자리도 보장받은 것 없다
금주 출마 관련 역할 결정될 것”
야권 정치인들에게 ‘김대중(DJ)’ 세 글자는 복합적이다. 그의 업적과 정신은 숙명처럼 이어야 할 대상이다. 때론 정치적 선택의 명분을 강조하거나 다른 이의 선택을 비난할 때 꺼내 쓰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같은 존재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 속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수없이 DJ를 앞세웠다. 지금 벌어지는 야당 적통 논란은 그 연장선이다. 누구보다 이를 답답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이가 DJ의 삼남 김홍걸(53)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다. 그를 19일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동교동계로 알려진 인사들에 대한 섭섭함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최근 사태에서 풀리지 않은 감정이 많은 듯했다.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더민주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하거나 무소속으로 남은 인사들이 대상이었다. 그는 이들을 “국회의원 자리만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호남 출신이어서 어쩔 수 없이 야권에 있지만 다른 지역 출신이었다면 새누리당에 갔을 분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DJ정신을 언급하는 것은 불쾌하다”며 “진심이 아니라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달 더민주에 입당하며 자신만의 정치 인생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진정한 DJ정신은 불편부당하게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최근 일들을 겪으며 진정한 (DJ정신) 계승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측의 이희호 여사 비공개 면담 녹취록 공개 파문과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자신의 입당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교수는 “(탈당 인사들이) 야권을 분열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아버지 이름을 이용해 호남을 선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그분들이 아버지의 업적과 정신을 훼손할 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정치에 나선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경력이 DJ정신 계승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세상 물정 모르고 어리석어 큰 실수를 해 반성해 왔고, 사건 뒤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뭐라도 했어야 하는데 너무 무기력하게 살았다는 점도 반성하고 있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옳은 일을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한 박근혜 정부를 ‘안보무능 정권’이라며 규정했다. 그는 “개성공단은 남북교류의 가장 큰 성과이고 미국 등 어느 나라도 시비를 걸지 못했다”며 “입만 열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대통령이 ‘북한붕괴론’을 꺼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 그 어떤 정부도 우리 정부를 믿지 못하고 국제 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최근 중국을 다녀 온 김 교수는 “중국 내 전문가들은 지금의 혼란이 박근혜정부가 총선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100%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여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도 총선 뒤에 흐지부지 시켰다가 내년 대선 때 다시 꺼낼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햇볕정책이 지금도 맞는지 진단해야 한다”고 말해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김 교수는 “더민주는 ‘경제 민주화’ ‘대북 포용 정책’ 두 가지를 핵심 가치로 하고 있다”며 “근본 정신은 절대 변하지 않겠지만 방법론은 시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뀔 수 있고 김 대표 말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략 차원이 아닌 전술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동의하면서도, 핵심 가치까지 바꾼다면 지지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견제구를 동시에 날린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호남 지역구 출마 등 김 교수의 정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입당 전부터 비례대표를 보장 받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어떤 자리도 보장 받은 것은 없다. 자원봉사하는 심정으로 왔기에 뭘 하든 괘념치 않겠다”면서 “이번 주 중 구체적 역할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교수가) 정치 외교 통일 관련 연구를 계속해 와, 관련 위원회 참여 등을 통해 보폭을 넓혀 갈 것”이라며 “출마ㆍ불출마 가능성은 현재 50대 50”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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