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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쉬면서도 일 생각하는 고단한 한국인

입력
2016.05.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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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근로자의 날이 올해에는 일요일이라 직장인들의 아쉬움 컸다. 6일이 임시공휴일로 정해지며 그 아쉬움이 다소 가벼워졌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벌써 2017년 추석 연휴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추석 연휴와 연결되면서 월요일인 10월 2일 하루만 휴가를 낸다면 열흘간의 휴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4년 주5일제 시행 이후 이전에 비해 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2014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285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가장 적은 시간 일하는 독일에 비해 60% 가량 더 오래 일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 있어 ‘일’만큼 필수적인 요소가 ‘쉼’이다. ‘쉼’없는 ‘일’은 불가능하고, ‘일’없는 ‘쉼’은 무의미하다. 5월 가정의 달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개인들의 일상 속에서의 ‘일’과 ‘쉼’, ‘여가’의 의미와 형태에 대해 통계자료와 블로그 데이터를 중심으로 파악해봤다.

일 여가 시간 분리가 어려워

우선 개인 블로그들에 언급된 내용을 통해 일과 여가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분석에 활용된 블로그 데이터는 네이버 및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 이글루스 등을 포함해 1,160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된 것으로, 약 6개월간 생산된 포스트를 대상으로 하였다. ‘일’과 ‘여가’에 대한 연관어를 추출하기 위해 ‘일’의 영역에서는 ‘업무’ ‘근무’ ‘할 일’ ‘일하다’ 등을, ‘여가’의 영역에서는 ‘쉼’ ‘쉬는’ ‘나들이’ ‘여가’ ‘관람’ ‘놀다’ ‘즐기다’ 등을 키워드로 추출했다.

추출된 데이터를 빈도를 중심으로 정리한 결과, 크게 세 가지 구분이 가능했다. 일과 여가의 영역에 각각 속한 연관어와 공통적으로 나타난 연관어다. 일의 영역에 나타난 연관어는 근로의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는 ‘돈’과 함께 ‘일’로 인한 심적 상태를 나타내는 ‘답답’ ‘초조’ ‘월요일’ 등이 빈번한 연관어로 나타났고, 일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육아문제와 관련된 ‘보육원’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또 스스로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차원에서 언급된 ‘꿈’ ‘미래’ ‘금요일’ ‘파이팅’과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여가의 영역에서는 여가 활동과 관련된 ‘주말’ ‘여행’ ‘영화’ ‘맛집’ ‘운동’과 함께 ‘가족’이 출현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일’과 ‘여가’의 영역에서 ‘회사’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일의 영역에서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온전히 사적이어야 할 여가의 영역에서도 일터에 대한 고려가 계속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여가의 영역에서 나타나야 할 ‘아이들’이 일의 영역에 놓여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산업화 이후 일터와 가정의 분리가 일반화됐다. 최근 정보통신(IT)기술의 발전으로 재택근무나 스마트 오피스에 기반한 연결의 효용이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보다는 여가시간마저 직장과 연결되면서 직장인들의 고단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근로시간 줄었지만 여가시간은 그대로

이런 블로그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생활시간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생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상에서의 기본적인 시간 구성의 변화가 그 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봤다. 생활시간조사는 5년마다 시행되는 것으로, 개인들의 삶을 표준화된 척도를 통해 미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단위로 살펴본 결과, 일과 학습에 소요되는 의무생활시간은 꾸준히 감소했다. 1999년 하루 평균 8시간 52분이었던 의무생활시간이 2014년에는 7시간 57분으로 약 한 시간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가 시간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2004년에 잠시 증가했던 여가시간은 거의 변화 없이 하루 평균 4시간 50분 가량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의무생활시간에서 줄어든 한 시간은 어디로 간 것일까.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식사 및 개인위생 및 외모, 건강관리에 소요되는 필수생활시간으로 흡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온전한 쉼보다는 내일을 위한 준비와 마련의 시간이 커진 것이다.

주말에는 누구와 무엇을

다시 빅데이터 분석으로 돌아가 여가 관련 연관어에 기반해 여가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여가에 있어 가장 빈번하고, 중요하게 활용되는 시기인 ‘주말’을 키워드로 해 대표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여행’ ‘영화’ ‘운동’을 누구와 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선 ‘주말’을 기본 키워드로 하여 ‘같이’와 ‘혼자’를 결합하여 추출한 결과, 연초와 설날 연휴를 제외하고는 주말에 줄어든 포스팅이 월요일과 화요일에 급속히 증가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주말의 여가활동 내용을 주초에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말을 혼자 보내는 경우보다 함께 보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임을 알 수 있다.

또 주요한 주말 활동을 살펴 보면, 영화와 여행은 함께하고 운동은 상대적으로 혼자 하는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주 형태에 있어서는 1인가구의 증가가 급속히 나타나고 있지만, 적어도 여가의 영역에서는 아직 함께하는 활동이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배 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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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출처:

※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 분석에 활용한 블로그 계정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티스토리, 이글루스 등 외에 1162만개+에서 추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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