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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TV 다시 보기]걸그룹만 나오면 비정상이 되는 TV

입력
2015.04.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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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하하와 서장훈 등이 진행하는 Mnet ‘야만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걸그룹 두 팀이 출연한 이날 방송에서는 ‘5초 키워드’라는 명목으로 알몸, T팬티, 비키니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걸그룹 멤버들이 자신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나열한 것인데 이에 격한 호응을 보인 남자 MC들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한 멤버가 자신의 비키니 화보까지 공개하자 ‘명품 복근+매끈한 바디라인’이라는 자막이 TV 하단에 깔렸다. ‘알몸 시구’에 대해 말하던 다른 멤버는 남자 MC들에게 “더 듣고 싶으면 점수를 더 달라”며 조르기도 하고, “중학교 시절 모델로 활동할 때 런웨이 워킹을 위해 T팬티를 입어야 했다”고 선정적인 말을 늘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심야 방송이 아니다. 15세 이상 관람으로 오후 6시에 방영한다.

지상파 방송이라고 다를까.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할 것 없이 걸그룹만 나오면 이상 징후를 보인다. KBS2 ‘개그콘서트’는 12일과 26일 ‘나는 킬러다’라는 코너에 걸그룹 EXID의 하니와 A.O.A의 호아 지민 민아 등을 ‘섹시 킬러’로 등장시켰다. 이들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핫팬츠에 엉덩이와 골반을 흔드는 선정적인 춤 사위를 과시하며 “섹시 댄스로 유혹해서”라는 대사를 스스럼 없이 내놓았다. 웃음을 줘야 하는 개그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들의 출연은 웃기지도 참신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청소년과 함께 시청했을 가족들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랐을 게 뻔하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예능 ‘세바퀴’도 한 걸그룹 멤버가 핫팬츠를 입고 출연해 ‘섹시 웨이브 시구’와 서있는 상태에서 다리를 위로 뻗는 ‘다리 찢기 게임’을 하면서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양쪽에 앉은 출연자들(특히 남자 출연자)의 눈빛과 반응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짧은 바지를 입어 행동하기도 불편해 보이는 상황에서 연신 각선미를 강조하는 카메라 앵글은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예능이 이럴진대 각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은 어떨까. 지난해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 대대적으로 ‘권고’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청소년들이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 여성 가수들의 ▦옆이 깊게 트이거나 몸에 밀착된 치마를 입은 여성 가수들이 바닥에 엎드려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면서 튕기는 모습 ▦치마의 트인 부분을 걷거나 지퍼를 올려 허벅지를 노출하는 모습 ▦바닥에 누운 채 허벅지와 가슴 등을 훑는 모습 ▦다른 멤버의 손을 엉덩이에 올린 채 엉덩이를 돌리는 모습 등에 대해서다. 낮은 수위의 법정제재인 권고 조치를 내린 건 표현의 자유와 방송사업자가 자정 노력을 하라는 취지에서였다. 이후 1년 간 방통심의위의 심의의결 상황을 검토한 결과 음악 프로그램에는 다 한 차례도 제재 건수가 없다.

방통심의위는 이에 대해 “여성 가수들의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에 대해 기준을 적용하기 애매해 한계가 있기에 방송사가 이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심의한다”며 “지난 1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지상파가 이런 점을 개선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의 말대로 지난 1년 간 음악 프로그램에서 제재할 만한 건수가 정말 없었을까. 최근 음반을 내고 컴백한 걸그룹들의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보자. 의상이나 안무에 대한 제재는 그렇다 쳐도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엉덩이와 골반을 튕기면 이를 부각해서 보여주는 카메라 앵글은 왜 모니터링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선정적 영상의 빈도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3~5분 동안 카메라는 내내 몸을 훑는다. 예능에서도 섹시 춤 등을 권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성적인 농담과 선정적인 의상을 청소년들에게 고스란히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방송사업자들은 업계의 약속인 방송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청소년 시청 시간대에는 긴장해야 한다. 방통심의위의 방기와 방송사들의 무책임이 우리 문화를 저질화하고 있다.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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