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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정진... 성철ㆍ인홍 두 호랑이 스님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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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정진... 성철ㆍ인홍 두 호랑이 스님을 잇다

입력
2017.02.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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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 해제 앞둔 울산 석남사

선원 3개 국내 최대 비구니 도량

수행이 엄격해 “如法떤다” 명성

7일 울산 석남사 심검당에서 일년결사(일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에 정진하고 있는 수행자들. 이들은 하루 11시간 이상 참선에 든다. 조계종 제공
7일 울산 석남사 심검당에서 일년결사(일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에 정진하고 있는 수행자들. 이들은 하루 11시간 이상 참선에 든다. 조계종 제공

벽을 향한 채 방 안에 빙 둘러 앉았다. 선방의 제일 선임인 입승이 죽비를 들어 세 번 내리쳤다. 점심 식사 뒤 오후 1시 입선을 알리는 소리였다. 수행자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제각각 부여 쥔 화두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동안거 해제를 앞둔 7일 울산 석남사 선방은 수행의 열기가 그치지 않았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문을 걸어 잠근 채 수행에 들어간 이들은 전국 96개 선원에 2,06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석남사 선방이 도드라지는 점은 비구니들 수행으로 이름 높은 곳이어서다.

도의선사가 824년 창건한 석남사는 ‘비구니의 대모’라 불리는 인홍 스님이 1957년 주지로 부임하면서 국내 최대 비구니 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조계종도 비구니 종립 특별선원으로 지정해뒀다. 이런 이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법(法)답게 살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받든 인홍 스님 덕이었다.

오직 정진, 정진 그 자체만을 내걸었기에 1965년 심검당에 이어 1975년 정수선원, 1996년 금당선원을 잇달아 열었다. 한 사찰에 선원이 3개씩이나 운영되는 것도 특이하다. 올해 금당선원엔 한 철 수행을 청한 이들이, 심검당에는 1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는 일년결사에 임하는 이들이, 정수선원에는 본방 스님들이 자리잡았다. 동안거라곤 하지만 실은 늘 수행자로 북적이는 게 석남사이기도 하다.

석남사는 또 엄격한 수행을 요구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108배와 함께 대참회문을 독송한다. 이후 밤 9시 끝날 때까지 11시간 이상 참선에 든다. 석남사 주지 구과 스님은 “석남사에서는 예외 없이 모든 스님들이 수행을 한다”면서 “워낙 철두철미하게 지키기 때문에 농담 삼아 수행자들 사이에서 ‘여법(如法)떤다’고 할 정도로 석남사에서 수행한 이들은 뭔가 다르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며 웃었다.

7일 울산 석남사에서 바랑을 멘 스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올해 동안거는 11일 끝난다. 조계종 제공
7일 울산 석남사에서 바랑을 멘 스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올해 동안거는 11일 끝난다. 조계종 제공

선원장을 맡고 있는 법희 스님은 “성철 스님이 ‘가야산 호랑이’라면 인홍 스님은 ‘가지산 호랑이’였다”며 “어른 스님들이 너무 엄격한 계율과 야단을 하셨는데, 속으로는 다 자비를 가지고 있어 듣고서는 다 좋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석남사를 지키는 사람은 그런 것들을 지키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자꾸 말하라 그러니 너무 어렵다”며 웃었다. 물소리가 졸졸 나고 바람소리가 컸다. 동안거는 11일 끝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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