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나열 그쳐 ‘맞춤형’ 찾기 어렵고
오류·누락 등 신뢰성 문제 제기도
“금융당국 주도 시스템 한계” 지적
금융 관련 통합조회시스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28일 금융권 안팎에선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각종 정보를 한데 모아 놓는데 그치지 말고 사이트별 내실을 다지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쏟아지는 금융 통합조회시스템
금융당국이 내놓은 통합조회시스템 중 대표적인 게 이달 14일 오픈한 ‘금융상품 한눈에’다. 이전에는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연합회 등 각 업권마다 협회별로 나눠 공시되던 금융상품을 이제는 한 사이트에서 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가입하려고 할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은행과 저축은행 상품의 대출금리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예ㆍ적금, 대출, 연금저축 등 권역 간 비교 가능성이 높은 금융상품들은 통합 비교공시하고 특정 업권에서만 판매하는 펀드,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은 협회 사이트(펀드공시, 보험다모아)로 링크해 정보를 제공한다.
금융소비자 개개인의 계좌, 카드포인트 등 금융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해 자산 관리 편의성을 높이는 시스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계좌이동제의 시행으로 도입된 자동이체 조회ㆍ변경ㆍ해지 시스템인 페이인포(payinfo)에서는 흩어져 있던 자동이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고객이 본인 명의 계좌에 등록된 자동이체를 일괄 조회할 수 있다. 자동이체를 한 계좌로 모으거나, 본인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있던 자동이체를 해지할 수 있게 되면서 계좌 관리 용도로 쓰이고 있다.
휴면계좌통합조회시스템도 잠자는 돈을 깨우는 유용한 사이트다. 해당 홈페이지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만 등록하면 본인이 찾아가지 않은 예금이나 보험금을 확인할 수 있다. 카드포인트통합조회시스템에서도 각 카드사에 쌓인 포인트와 소멸 기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확인된 신용카드 포인트는 카드로택스라는 별도의 사이트를 통해서 세금을 내는데 쓸 수도 있다.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흥행은 일단 성공한 분위기다. 금융상품 한눈에는 오픈 첫 날 방문자가 13만명을 돌파했다. 페이인포에는 한 달 동안 48만5,000명이 접속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가 이어지려면 무분별하게 시스템 수를 늘리기 보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연말과 연초에 잇따라 오픈한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정보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상품 한눈에는 홈페이지를 열자마자 최저 금리가 실제와 다르거나 연금저축펀드의 예상 월 연금액이 잘못 표기된 사례가 발생했다. 개별 금융회사들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오류가 있더라도 금융당국이 177개 금융회사의 853개에 달하는 금융상품 세부 정보의 오류까지 발견하고 확인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상품 한눈에만 하더라도 ‘맞춤형’ 금융상품을 찾아준다고 하고 있지만 대출상품의 경우 개인별 우대 조건에 따라 금리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어 사이트에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또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만 올리도록 되어 있다 보니, 실제 각 금융회사에서 출시한 일부 우대 상품은 누락되고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다가는 얼마 안 가 금융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보더라도 소득, 부채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결국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고객들이 얼마나 이를 활용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험다모아도 보험상품의 특성상 각종 특약에 따라 보험료 격차가 커 사이트 안내금액과 실제 가입금액에 차이가 크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보험만 보더라도 차량 세부 모델명이나 연식, 마일리지나 블랙박스 특약 등 보험료 산정에 중요한 요건들이 반영되지 못한 정보이다 보니 실제 보험료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회사 등 공급자들의 자발적인 필요가 아니라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상품 간 비교공시 사이트의 경우 핀테크 업체 등 민간에 맡기는 것도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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