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풀리는 조짐이 뚜렷하다. 27일 주중 한국 대사관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2017년도 개천절 국군의 날 기념 리셉션’에는 그간 중국 외교당국이 한국 관련 행사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것과 달리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주빈으로 참석했다. 이달 들어 한중 통화 스와프 계약 3년 연장 성사에 이어 2년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이뤄지는 등 해빙 분위기가 잇따라 감지된다.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 차원에서 금지했던 한국 단체관광 상품도 다시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양국 외교당국의 자세도 달라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현재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여러 영역에서의 우호적 왕래를 서서히 회복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으로 한중 관계 회복 기대가 커진 데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한 말이다. 우리 외교부와 청와대도 물밑에서 한중 정상회담 등을 추진 중인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조만간 좋은 흐름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12월 중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 내년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등의 시나리오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사드 문제 매듭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핵심적 안보이익이 침해된 데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선 우리 정부의 주권적 결정을 두고 함부로 유감을 표명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혀 온 우리 입장을 지켜나가되 중국의 이해를 최대한 얻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설픈 봉합으로 엉뚱한 뒤탈을 부르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국과 중국은 사드 사태로 서로 큰 손해를 입었다. 중국의 무역ㆍ관광 분야 보복에 따른 한국의 피해는 13조5,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막무가내로 핵무력 증강을 추구하는 북한 김정은을 통제하고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풀어 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 역시 한국을 압박하고 멀리해 한ㆍ미ㆍ일의 결속을 재촉하는 것은 자국의 핵심 국가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층 권력이 강화된 시진핑 2기체제의 대외 정책 기조가 변수이긴 하지만 한중 양국이 상호 관계 개선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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