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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고문당하는 게 재미있나요?

입력
2017.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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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KBS2가 방영한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핵갈린 늬우스' 코너에서 보험회사광고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19일 KBS2가 방영한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핵갈린 늬우스' 코너에서 보험회사광고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핵갈린 늬우스’는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영하는 개그콘서트의 코너 이름입니다. ‘헷갈린’이 아닌 ‘핵갈린’을 넣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해당 코너는 북한 조선중앙TV의 뉴스 형식을 개그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핵갈린 늬우스’는 남한 정수기에서 얼음이 나오자 ‘수도관이 동파돼서 그렇다’, 최신형 곡면 TV에 대해선 ‘남한 기술력이 부족해 TV가 휘었다’는 등 북한의 뒤처진 시각에서 남한 사회를 오독하는 게 재미 포인트입니다. 중간에는 남한 광고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19일 핵갈린 늬우스는 보험회사의 광고를 패러디했습니다. 2015년 초쯤 방송을 탔고 지방의 한 경찰청과 정치권에서 패러디물을 만들어 낼 정도로 유명한 광고였습니다. 탄광을 보여주는 배경이 깔리더니 경쾌한 흑인 영가로 유명한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 흘러 나왔습니다. 곧이어 군인에게 두드려 맞는 북한 학생이 등장해 고문을 당하며 엉덩이를 흔들고 춤을 췄습니다. 이어 “지금 여러분은 고문당하는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춤을보고 계십니다”라는 자막이 깔렸습니다. 핵갈린 늬우스는 그 순간 개그가 아니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3만명 시대, 그중에는 ‘지옥 속의 지옥’이라 불리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경험한 탈북민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이 ‘개그’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봤을까요? 한 탈북단체 대표는 “수용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짐승취급을 받으며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 나가는데 그게 우스운 일인지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당 코너가 북한 수뇌부의 폐쇄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게 주를 이루기 때문에 앞으로는 제작진의 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국립국어원이 밝힌 ‘차별’의 뜻입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 뿐만 아니라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인권도 중요합니다. 조영아 상지대 교수는 2015년 ‘남한 내 북한이탈여성의 차별경험 과정’이라는 논문에서 “남한에 거주하는 한, (차별은) 반복되며 함께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탈여성들이 남한사회에서 어떠한 정체감을 갖고 생활하는가 하는 문제가 단순히 북한이탈여성 자체의 결정과 경험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내의 경계와 차별화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경계와 차별화에 대한 자각과 변화의 요구가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하며 논문을 매듭지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개그 소재로 삼는 데는 우리 내부의 차별과 무관심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29,830명의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6년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서는 탈북민의 92.3%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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