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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리냐 중소기업 보호냐… 제로레이팅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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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리냐 중소기업 보호냐… 제로레이팅 규제 논란

입력
2018.05.13 17: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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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콘텐츠 기업과 제휴

특정 콘텐츠 데이터 비용 할인

중소기업ㆍ시민단체 “규제 도입해야”

국민 80% “통신비 절감 효과”

SK텔레콤이 제로레이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11번가.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제로레이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11번가. SK텔레콤 제공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규제 도입이 또다시 더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 권리와 충돌하고 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가 콘텐츠 기업과 제유해 특정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비용을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로레이팅’(Zero-rating)에 대해 중소업체와 시민단체가 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면서 콘텐츠 사업자도 망 사용료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시장 지배력이나 자본력이 크지 않은 중소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시장 진입장벽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 제로레이팅을 실행하고 있는 서비스가 대부분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의 서비스인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자기 배 불리기’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최근 소비자들이 데이터 부담이 높은 동영상이나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이 늘고 있어 제로레이팅 서비스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2012년 월 2만3,000 테라바이트(TB) 수준이던 국내 통신 트래픽은 올해 1월 25만TB를 돌파했는데, 모바일 트래픽의 60% 이상을 동영상 콘텐츠가 차지하며 트래픽 폭증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그뿐만 아니라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1년 남짓 앞두고 통신사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나 가상현실(VR)ㆍAR 콘텐츠 등이 모두 데이터 부담이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짜 서비스’로 여겨지는 제로레이팅의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언틱과 제휴를 맺고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포켓몬고를 즐긴 SK텔레콤 이용 고객이 8개월간 누린 통신비 절감 혜택은 33억원에 달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도 지니뮤직, 원내비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제로레이팅을 실행 중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제로레이팅을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김경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이날 공개한 ‘제로레이팅 서비스 관련 소비자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19세 이상 남녀 1,000여명)의 87.9%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제로레이팅이 가계 통신비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될 것(79.1%)이라고 응답했다. 김경진 의원 측은 “저렴하게 서비스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규제의 역주행’으로, 이용자 편익 관점에서 제로레이팅을 가계통신비 절감의 새로운 대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중소기업 보호’와 ‘가계통신비 인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의 제로레이팅 규제 도입 요구에 대해 “우선 시행해보고 사후 규제로 보완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 교수는 제로레이팅 규제를 도서정가제나 대형마트 규제에 비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억지로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를 만들려다가 소비자 권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경쟁이 안 되니 소비자가 희생하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모든 기업은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경쟁해야 하고, 그래야만 시장에 혁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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