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측 대기업 모금 관여 부인
“안종범과 공모 입증 안 되자
朴 대통령 끼워넣어” 주장
檢, 증거서류 가득 쌓아놓고
“변호사가 미처 못봤나”응수
최순실(61ㆍ구속 기소)씨가 5일 첫 정식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모를 비롯해 혐의를 모조리 부인했다. 검찰이 꿰맞추기식으로 ‘40년지기’간 범죄 관계를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및 안종범(58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3자간’연결고리를 끊어서 민간인인 자신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등 공무원 범죄 혐의에서 최씨가 빠져나가고, 무엇보다 탄핵심판대에 오른 박 대통령까지 살려보겠다는 방어전략을 확고히 드러냈다. 검찰은 확신에 찬 말투로 응수했다. “대통령과 공모관계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최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에서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본격 방어전을 치르겠다는 신호탄을 날렸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최씨간 공모가 입증되지 않으면 (최씨는) 비(非)신분범이라서 공소사실 전부가 허공에 뜰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표시하고 최씨와 공모했다고 적시한 관계도를 내보이며 최씨 등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등 혐의를 1시간 넘게 설명한 뒤였다.
최씨 측은 ‘3자간 순차적 공모(최씨 요청→박 대통령 지시→안 전 수석 실행)’를 부인하면서 핵심 혐의인 두 재단 모금과 관련해서도 최씨는 대기업 16곳 출연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챙긴 사적 이익도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간 공모 입증이 안 되니까 박 대통령을 ‘중개자’로 설정해 끼워 넣었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은 그러면서 “기록을 봐도 (대통령과) 공모 부분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결국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구체적 요청을 했는지, 했다면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최씨 요청대로 지시했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최씨의 구속영장에는 최씨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안 전 수석과 둘이 재단 설립 등에 공모했다고 썼다가 공소사실에는 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한 것은 모순인데, 이것이 최씨가 사적 이익을 챙겼음을 입증 못한 것 아니냐는 논리도 폈다. 공소장에 명분상으로는 공적 형식을 빌어 추진했다는 취지의 일부 표현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검찰은 검사석에 높이 30㎝ 가량의 증거서류 10여 뭉치를 가득 쌓아두고 재판에 나서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반박했다.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해 변호사가 미처 못 봤나 본데, 최씨의 더블루K나 조카 장시호씨가 만든 더스포츠엠 등을 통해 최씨가 어떻게 돈을 빼먹으려 했는지 다 드러나 있다”고 응수했다. 대통령과의 공모 부인도 “억지로 꿰맞췄다는데,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0일 최씨 등에 대한 중간수사발표 때 “99% 입증 가능한 것만 공소장에 담았다”던 강한 발언을 거듭 반복한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란 걸 시사한 셈이다. 최씨 측은 딸 정유라(21)씨에 대해선 “어미의 잘못으로 새해 벽두부터 구금된 딸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모르는 힘든 상황”이라며 괴로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 최씨 측의 이익을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며 혐의 별로 조목조목 부인했다. 안 전 수석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계속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호성(48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이날 혐의 인정 여부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태블릿PC의 입수 절차를 거듭 문제 삼아, 시간 끌기 전략이란 의심만 샀다. 차기환 변호사는 “특검이 지난 3일 구치소를 압수수색해 정호성씨가 제게 의논하려고 써둔 메모까지 다 가져가서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호인 접견을 두 번하고도 혐의 인부(인정이나 부인)도 못 밝히고 핵심과 무관한 증거에 이의만 제기하면서 태블릿PC 증거조작이 있는 듯 허황된 말만 하며 금도를 넘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날 국정농단 핵심 3인방인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부속비서관은 처음으로 함께 법정에서 마주했다. 앞선 두 차례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모두 참석할 필요가 없어 최씨만 한차례 법정에 나왔다. 최씨는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질 때 고개를 푹 숙이다가 재판 시작과 함께 고개를 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고, 정 전 비서관은 허리를 꼿꼿이 세워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사와 수시로 의견을 나눴다. 안 전 수석도 변호사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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