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행사에 시민 2000여명 발길, 노후화로 철거하려다 재생 결정
"교통 체증 유발… 지역 상권 붕괴" 남대문 상인·주민들은 반대 집회
“남대문과 서울역을 위에서 내려다 보니 정말 색다른 느낌이네요.”
12일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역 고가 개방행사에 참가한 시민 2,300여명(서울시 추산)은 4층 높이의 고가를 걸으며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특별한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민들은 탁 트인 공간에서 가을 햇살을 벗삼아 서울역 광장과 남대문, 인왕산 등을 바라보며 탄성을 쏟아냈다.
거리예술팀이 시민들과 꽃을 주제로 한 퍼레이드를 시작하며 본격 막을 올린 이날 행사는 거리극 공연과 고가에 대한 역사해설 등과 함께, 시민들이 서울역고가 공원화에 바라는 점을 묻는 스티커 투표도 진행됐다. 서울시는 이날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개방된 서울역 고가 1㎞ 구간이 보행자들에게 개방되기는 1970년 준공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말 서울시가 추진의사를 밝힌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시민 이해를 돕고자 마련됐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박원순 시장이 힘쓰고 있는 도시재생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서울시는 당초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를 올해 말 철거하려 했으나 역사적 가치와 가능성을 재조명해 재생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역과 서울성곽, 숭례문, 한양도성, 남산공원, 남대문시장 등 역사문화유산 등과 연결돼 걸어서 즐기는 도심 속 쉼터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연인과 함께 왔다는 서동민(31)씨는 “도심 한 복판 고가를 공원으로 바꾼다는 계획이 좋아 보여 미리 체험해보고 싶었다”며 “직접 보니 공원조성이 더 빨리 됐으면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집회를 열어 혼잡이 빚어졌다. 이들은 공원화 사업이 세계적인 쇼핑 명소인 남대문지역 상권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380억원의 예산이 드는 사업을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1만2,000여명이 회원인 남대문시장상인회의 김재룡 회장은 “고가를 대체하는 교통시설 없이 고가만 공원화하면 교통체증이 불 보듯 뻔하다”며 “시장 상권을 죽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서울역 고가 일대에 경찰 5개 중대 350여 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시는 이에 대해 부족했던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설명회 등을 수시로 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 재생을 통해 문화유산과 문화시설이 연결되고, 관광명소화가 될 경우 침체에 빠진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10월 국제현상 공모를 시작으로 설계과정 등을 거쳐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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