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는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미우프’)에서 두 번이나 하차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대선 도전이 좌절됐을 때, ‘충남 엑소’ 안연정과 ‘개인 연습생’ 김종이도 쓸쓸히 짐을 쌌다. 특히 김종이는 “촬영 시간이 분장 시간보다 짧을 만큼” 순식간에 사라졌다.
반면 정이랑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온갖 논란들 덕분에 예상 외로 출연 분량을 쏠쏠히 챙기고 있다. 홍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비호감 1위지만, ‘미우프’ 시청자들에겐 ‘최애캐’(최고 애정하는 캐릭터)로 통한다. 홍 후보도 레드준표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전언이다.
연기자들은 영상자료를 수없이 돌려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정성호는 “안 지사는 늘 웃는 얼굴이라 고른 치아에 외모 포인트를 두고 껌으로 치아 모양을 만들어 붙였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쉰 목소리를 흉내내기 위해 ‘그로우 창법’(목을 쉬게 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정이랑은 “힘을 준 입술 모양과 동네 어르신 같은 환한 웃음”을 홍 후보의 특징으로 잡았다. 특유의 찡그린 표정을 연기하느라 “미간에 근육이 생길 지경”이란다. 레드준표의 매력으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배짱과 강단”을 꼽기도 했다.
대선 이슈를 잘 알아야 해 뉴스는 빠짐없이 챙겨 본다. 후보 지지율에 따라 연기자들도 울고 웃는다. 정이랑은 “좋은 소식이 들리면 같이 기쁘고 나쁜 소식이 들리면 괜히 침울해진다”며 “이젠 가족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기는 연기고 투표는 투표다. 정이랑은 “거짓없이 청렴한 대통령”을, 정성호는 “좋은 일을 많이 해줄 대통령”을 바랐다. 정이랑은 “‘미우프’의 풍자와 해학이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보탰다. 정성호는 “풍자는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라며 “웃지 못할 현실에 시원한 웃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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