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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게임하다 내릴 역 놓친다면 게임중독?

입력
2017.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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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게임에 몰두하다 하차할 역을 놓치는 이가 늘고 있다. 이런 실수가 3회 이상 계속되면 게임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하철에서 게임에 몰두하다 하차할 역을 놓치는 이가 늘고 있다. 이런 실수가 3회 이상 계속되면 게임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 여기가 어디야? 또 지나쳤네. 오늘 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 늦으면 안 되는데.” 직장인 P(38)씨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하차역을 지나쳤다. 이번이 세 번째다. 자괴감으로 얼굴이 상기된 P씨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전동차가 다음 역에 빨리 도착하기만 바랐다. P씨처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다 목적지를 지나치는 일이 3회 이상 발생했다면 ‘게임중독(과몰입)’ 증세를 의심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다 번번이 하차할 역을 지나치는 일이 왜 생길까. 뇌에서 동기부여를 담당하는 띠(대상ㆍCingluate Cortex)피질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서정석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에 몰두하면 감정활동에 관여하는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돼 쾌락을 느끼지만 게임을 멈추고 지하철에서 내리라고 명령하는 띠 피질이 일시적으로 멈춰 목적지를 지나치게 되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행위판단을 내리는 전두엽 기능이 멈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실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뇌기능장애가 될 수 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는 처리할 일을 하도록 명령하는데 게임 등에 몰두하면 뇌의 ‘추진(propulsion) 메모리’가 손상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뇌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왜곡과 쾌락만 추구하는 선택적 집중현상도 발생한다. 시간왜곡현상이 일어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게임시간이 늘어난다. 게임을 즐겨 하는 이들이 “10분 정도 게임을 한 것 같은데 1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말하는 것도 시간왜곡현상 때문이다.

최삼욱 진심건강의학과 원장은 “게임에 집착하면 순간적으로 시ㆍ공간이 사라지는 ‘가상체면’ 상황이 발생한다”며 “게임을 하는 동안 모든 감각이 차단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판단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해야 할 일을 미룰 정도로 게임에 집중한다면 몰입이 아닌 게임중독을 의심된다”며 “퇴근 시 게임을 하려고 내려야 할 역을 2~4개 지나쳤다면 더 심각하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실에서 지하철 이동 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라는 말은 실효성 없는 주문이다. 전문의들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목적지를 지나치는 일이 반복되면 알람기능을 사용하라고 주문했다. 서 교수는 “지하철 이용 시 도착 시간 5분 전 알람을 울리게 하면 순간적으로 게임 중 마비된 뇌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게임을 중단하고 목적지에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수영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람기능을 사용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가정이나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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