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근 실세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당이 비호해선 안 된다는 자성까지 터져 나왔다.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관련해선 K스포츠재단의 자금이 최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에 유입된 의혹이 제기되고, 이화여대가 딸 정유라(20ㆍ개명 전 정유연)씨에게 특혜를 몰아준 정황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도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19일 대표ㆍ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최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막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을 줬다”고 말했다. 그간 최씨 관련 의혹에 침묵하거나 ‘대통령 흔들기’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로 일축해온 당 지도부와 친박 주류를 비판한 것이다. 정 의원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이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막는다고 막아질 사안이 아니니 빨리 털고 갈수록 대통령의 부담도 덜고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도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잠룡들도 “이번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기류다. 김무성 전 대표는 “국민적인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 청와대는 (정권과) 관계가 없다고 하고 여당은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할 뿐 아니라 진상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측근이 전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있는 사실을 영원히 덮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검찰이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은 앞서 18일 토크콘서트에서 “시간이 길든 짧든 진실은 드러난다”며 “청와대가 국민 속이 시원하게 해명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성 친박계에선 여전히 현 정권을 엄호하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이 과거에 친분이 있다고 이를 무슨 권력형 비리니 하면서 현 정권과 연결 지어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며 “일단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야권의 국정조사 주장을 두고는 “국회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일축했다. 다만 친박계 내에서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일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친박계 4선인 정우택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의혹은 빨리 털고 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정권재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며 “의혹이 지속적으로 확산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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