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된소리로 발음할 것을 예사소리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랑비, 바람비, 보슬비, 이슬비’처럼 비가 내리는 양상과 관련된 말에서는 ‘비’가 [비]로 소리 난다. 하지만 ‘봄비, 가을비, 밤비’처럼 비가 내리는 때와 관련된 말에서는 ‘비’가 된소리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장마 때에 오는 비’를 가리키는 말도 [장마삐]이다. 이렇게 된소리로 바뀌면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하므로 ‘장맛비’로 적는 것이다.(장맛비가 밤새도록 내렸고, 유리창 대신 막아 놓은 비닐 들창이 끊임없이 펄럭거렸다. ‘황석영: 몰개월의 새’)
‘숨 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통을 견디려고 애쓰는 힘’을 가리켜 ‘간힘’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명사 ‘안’이 붙어서 된 말이 ‘안간힘’이다. 이때는 소리가 [안깐힘]으로 바뀐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표기도 ‘안깐힘’이다.(그는 안깐힘을 다해 가물거리는 의식을 가다듬었다. ‘북한 소설: 해바라기’)
‘-적(的)’은 ‘ㄹ’ 받침 뒤에서는 [쩍]으로 소리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술적[기술쩍], 돌발적[돌발쩍], 동물적[동ː물쩍], 물질적[물찔쩍], 법률적[범뉼쩍], 우월적[우월쩍].
마지막으로, 아래에 보인 예들은 표기는 같으나 뜻에 따라 예사소리와 된소리를 구분해야 하는 경우이다.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이 엉뚱하게 전달되는 수도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가(高架)[고가]/고가(高價)[고까], 발병(發病)[발병]/발병(-病)[발뼝], 비법(非法)[비ː법]/비법(秘法)[비ː뻡], 상복(喪服)[상복]/상복(賞福)[상뽁], 송장(주검)[송ː장]/송장(送狀)[송ː짱], 잠자리(곤충)[잠자리]/잠자리(장소)[잠짜리], 정적(靜寂)[정적]/정적(靜的)[정쩍]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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