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ICC 회부' 결의안 채택, 北 "핵실험을 부추겨" 강력 반발
유엔이 고강도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엄포용으로 분석되기는 하지만 북한이 당장 추가 핵실험을 운운하면서 단기적으로 한반도 정세는 냉각이 불가피해 졌다.
유엔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3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수준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이날 표결에서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결의안은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북한 인권 결의안은 다음 달 중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표결 직후 발언권을 얻어 “우리 국가사회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포악무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은 우리로 하여금 핵시험(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북한은 앞서 유엔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인권상황 설명회를 개최하고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는 등 국제사회를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ICC 회부’ 문구 삭제 등 인권결의안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도 성명과 논평을 통해 구두 비난전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경색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억류자 석방을 계기로 조성됐던 북미간 대화재개 분위기도 급속 냉각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거나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으로 미뤄 볼 때 곧바로 물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당장 북한 인권문제가 ICC회부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무리한 도발로 운신의 폭을 좁힐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에 특사로 파견한 것도 서방의 인권결의안 추진에 대항하려는 외교적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때문에 한반도 정세 또한 단기 냉각을 거쳐 조정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위한 남북 실무협의가 21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남북관계에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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