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책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교통연구원)의 신뢰도가 최소한의 공익기능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 수요 예측 등 그 동안의 실패 탓이다. 이번에 연구원의 신뢰도 문제가 새삼 불거진 계기는 SR-코레일 통합 논의에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힘을 받은 코레일 등은 전 정부에서 분리된 SR과 코레일의 재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 ‘철도포럼’ 등에선 당초 분리론을 폈던 교통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나서 통합불가론을 펴고 있다. 그러자 교통연구원의 실패 전력이 새삼 불거지며 통합불가론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발이 일게 된 것이다.
철도가 분리된 상태로 남아야 할지, 재통합 돼야 할지는 일단 접어두자.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교통연구원의 위상이 정치권과 정부, 노조의 이해가 뒤얽힌 철도 정책의 결정과정의 논의에조차 사실상 참여가 거부당할 정도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이런 신뢰도 추락을 방치하면 향후 다른 연구기관, 다른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빚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차제에 교통연구원을 포함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부 조직 개편과 인사 개혁 등이 핵심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교통연구원의 신뢰도 하락은 일련의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관련된 엉터리 수요예측이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 6월 법원으로부터 끝내 파산선고를 받은 의정부경전철이 대표적 사례다. 교통연구원은 당초 1일 이용 수요를 초기 연도 7만9,000명에서 30년간 최고 15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1일 이용객은 1만2,000명, 예측의 15%에 불과했다. 이런 황당한 분석이 그동안 4,000억원에 육박하는 누적 손실을 낸 끝에 파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교통연구원의 황당한 수요 예측은 이뿐만 아니다.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인천공항철도를 비롯해 부산ㆍ김해 경전철, 용인경전철, 신분당선 등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모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중앙ㆍ지자체의 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대형 실패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교통연구원의 엉터리 분석이나 사업 시행이 교통연구원만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미 법원이 교통연구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신뢰 추락을 이대로 내버려 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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