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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무겁게… 민주주의 회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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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무겁게… 민주주의 회복 과제”

입력
2017.03.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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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ㆍ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늘 선고는 국민이 선출하여 권력을 위임 받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아프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굳건히 뿌리내려야 할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심리와 선고를 인내와 지혜로 이끌어 주신 헌법재판관들께 감사 드리며, 국민 여러분도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평화 건설을 위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지 말고 화합의 방향으로 나가며 공동체성을 회복하길 바란다.”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국가와 사회를 염려하는 국민들의 지극한 마음은 모두 소중했다. 그 모든 간절함이 이제는 충분히 전달됐으니 나라 사랑의 큰 마음으로 판결 결과를 존중하고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타난 뜨거운 애국심을 대한민국이라는 큰 용광로에서 함께 모으자. 그것이 화쟁(和諍)이다.

정치권도 국민의 마음을 이용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 화합에 힘써야 한다. 대립, 다툼은 모두 내려놓고 국민의 수고로움을 덜어내야 할 때다.”

김상근 목사ㆍ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우리 국민이 만들어냈다. 적폐에 짓눌렸던 국민이 직접 나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려 한 결과가 오늘의 결정이다. 어려운 일을 담당한 헌법재판관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한편으로 현 사태는 국가의 큰 불행이었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우리 사회의 지향을 잘 다듬어 사람 맛이 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어렵겠지만 반대 입장을 가진 국민들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품고 함께 다음 세대를 만들도록 인내와 포용력을 견지하자.”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탄핵은 국민의 자발적 힘이 아래로부터 모여 만들어 낸 혁명의 결과다. 그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가 민주주의 회복, 경제 발전, 복지 증진, 남북 평화 회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할 것이다. 다음 정부를 누가 맡든 이 같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회복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다른 주제는 녹록하지 않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국민은 기다리지 못하고 불만을 드러낼 수 있다. 다음 대통령의 비상한 능력과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 권력이 퇴장했다. 우리가 당면한 경제, 외교 상황은 심각한 지경이다. 국회가 중심이 돼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제 여당도 없어졌으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모든 정당이 국정 현안을 함께 상의하고 협력해야 한다. 정부와의 관계도 국회가 적극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탄핵을 원한 이상 일부 반대 국민의 과격한 주장이 확산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은 숫자라도 갈등이 존재하니 이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우창 문학평론가ㆍ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한 잘못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박근혜라는 개인의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권력과 권력자 개인의 이해관계가 연결되면 안 된다는 것을 박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늘 외면해 왔다.

사회의 통합과 화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게도 안됐다는 유감의 마음과 위로를 표현하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미발달한 우리 사회 전체가 이제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가야 한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탄핵은 누가 승리하고 패배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과 나라의 형편은 위기, 위험, 재난의 쓰나미 앞에 놓여 있다.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은 그 위험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진단하고 표현했던 것이다. 상대의 표면을 놓고 비난하기보다, 그 이면에 감춰져 있는 심정을 공유하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게 없이 ‘새로운 대한민국’은 미사여구로 그칠 것이다. 이 위험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을 안전하게 구해내고, 미래에 대한 보장이 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갈 것인가를 정치권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황현산 문학평론가ㆍ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

“한국사회에 박정희 신화가 굉장히 강고했는데 그것이 그 딸의 손으로 깨졌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역사의 지혜이자 간계다. 역사는 결국 거대한 흐름을 따른다는 것을 한국 땅에서 증명했다. 한국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하나의 모범이 될 것이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측이 당장 통합되기는 어렵다. 새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5년, 10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 통합 여하에 민주사회의 달성이 달렸다. 촛불집회의 성숙함이 동력이 될 것이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촛불집회를 이끈 시민들은 이번 결정을 국민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데서 그쳐야 한다. 박 대통령 구속 수사 등을 주장하기보다는 검찰과 사법절차에 맡겨두자. 헌재 결정에 아쉬움과 불만을 느끼는 쪽도 헌정질서 내에서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에 그쳐야지 이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어떤 식으로든 한번쯤 승복의 메시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기를 바란다. 미국 대선에서 대법원 판결로 패한 앨 고어처럼 지지층에 승복을 호소한다면, 과거의 수치가 상당히 만회될 것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근대국가로서 한국은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내느라 무리하게 달려왔다. 민주화도 어려운 상황에서 급속하게 이뤄냈다. 너무 빨리 달리느라 상처가 많다. 다양한 시민들이 살고 있지만, 그저 달리느라 서로 이해하거나 공존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자기로부터 시작한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들이 성숙했고, 명실상부한 근대국가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원칙을 지키며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더 이상 집단으로 뭉뚱그려 적대시하지 말고, 다양한 색깔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

박선영ㆍ박상준ㆍ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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