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향성과 부적절한 주식투자 등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자진 사퇴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분명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런 의혹과 논란마저도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 표결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자 사퇴까지 겹쳐 헌재의 파행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위직 낙마는 이 후보자가 다섯 번째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를 전후해 사퇴했고,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임명 며칠 만에 짐을 싸야 했다. 여기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종교적 신념과 역사관 논란으로 거센 사퇴 압박에 직면해 있다. 문 정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반성과 개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서도 “존중한다”고만 했을 뿐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 상의 허점을 돌아보려는 자세가 아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 방침을 밝힌 상황인 데도 유감 표명은커녕 불법행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감싸기 바쁘다. 박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 제기가 있지만 장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중대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서 그의 보수 성향을 문제삼는 것은 통합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약속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문 정부 출범 초 참신한 발탁ㆍ탕평 인사가 반짝 빛을 발했지만 점점 캠프ㆍ코드 중심의 인사가 도드라지는 추세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역대 정권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 인사”라고 자평했으나 국민 중에 얼마나 동의할지 의문이다. 목소리 큰 야당들이 국정 장상화의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정말로 최선을 다해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엄밀한 검증을 거치고 있는지 반성하는 게 먼저다. 시간이 흐를수록 잘못된 인사가 늘어난다면 인사 시스템은 물론 대통령의 인사철학부터 중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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