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시 임기 단축 수용” 한 목소리
당 경선 토론회로 협공 모양새
文과 차별화 해 非文 끌어안기
더불어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 주요 현안을 놓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구도를 흔들기 위해 잠시 한 배를 타는 ‘오월동주’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최근 개헌시 대통령 임기단축을 수용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에 출연 “(개헌) 논의 결과에 임기단축이 포함된다면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역시 “정치질서 개편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임기단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정치인들끼리 모여 개헌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고 선을 그은 것과 차별화하면서 당내 비문(非文) 개헌세력들과 손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당 경선 토론회를 두고도 문 전 대표를 협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시장이 탄핵 전 토론회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당 선관위가 사실상 특정 후보의 편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고 문 전 대표를 겨냥하자 안 지사 측도 “최대한 다양한 기회를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고 힘을 보탠 것이다. 심지어 이 시장은 1일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출연, “문 전 대표보다는 약자인 안 지사가 더 좋다”면서 안 지사를 향한 노골적인 러브콜까지 보냈다. 그간 우클릭 행보를 보인 안 지사와 선명성을 강조한 이 시장이 복지 확대 및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두 주자가 한 배를 타는 것은 임박한 당 경선과 무관치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는 30% 초반의 탄탄한 지지율로 1위 구도를 굳히는 모습이다. 반면 ‘선의’ 발언 이후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확연하게 꺾였고 이 시장 역시 한 자릿수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반격의 틈을 만들기 위해 문 전 대표를 어떻게든 흔들어야 하는 두 주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야권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경선 구도가 굳어지는 게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라며 “어찌됐든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어 놓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