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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문 대통령, 일본 원전 사망자 발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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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문 대통령, 일본 원전 사망자 발언 진실은

입력
2017.07.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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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지난 달 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 주최로 탈핵 문화제가 열려 참가한 회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는 부산·울산·양산·경주 등 고리원전과 가까운 지역을 비롯해 광주, 목포, 순천, 강릉 등 전국 52개 YWCA 회원 400여명이 모였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지난 달 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 주최로 탈핵 문화제가 열려 참가한 회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는 부산·울산·양산·경주 등 고리원전과 가까운 지역을 비롯해 광주, 목포, 순천, 강릉 등 전국 52개 YWCA 회원 400여명이 모였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한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은 이 숫자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의 직접적인 연관을 짓기 어렵다고 일본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본 정부는 “정확한 이해 없이 발언한 내용이라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달했고, 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근거 없는 숫자에 입각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문 대통령 공격에 나서는 형국이다. 결국 청와대는 원전 관련 사망자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관련’이라는 단어가 빠졌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쯤에서 과연 문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팩트에 입각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분류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망자란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물질에 피폭돼 암이나 각종 질병에 걸려 숨진 사람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여기에 해당하는 사망자는 단 한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주장에는 적지 않은 논리적 오류가 존재한다.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차례 현장을 방문,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에서 수십㎞ 떨어진 낯선 곳에 지어진 가설 주택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많은 원전 이재민을 만났다. 하루 아침에 고향을 잃은 상실감에 힘들어했고, 육안으로는 멀쩡한 고향산천의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높은 방사선 수치 때문에 등져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괴로워했다. 상당수 이재민이 고령자임은 사실이지만, 살아서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렸다. 1,386명 전부는 아닐지언정, 상당수는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보다 오래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사람들이다.

지난 해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관심이 뜨거워진 탈원전 문제와 관련, 국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과는 무관하다며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후쿠 대지진 당시 들이닥친 쓰나미가 원전내부 전력공급원을 침수시킨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하지만 상당수 일본 유력 언론은 지진의 직접적 영향으로 원자로 내부에 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원자로 내부의 정확한 상태를 조사하기 전까지는 지진과 원전사고가 100% 관련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굳이 이웃 일본의 원전 사고 사례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남의 동네 이야기쯤으로 여겨지던 탈원전 문제가 현 정권 들어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일단 장기적으로 탈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감한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이상 동해안에 밀집한 원전의 100% 안전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당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전기료 인상 등 소비자의 직접 부담이 발생하며, 장기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이 굼뜬 현실에서 섣부른 탈원전 정책이 불러올 사회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 대통령이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5ㆍ6호기의 가동중단 여부를 공론화하겠다고 발언을 우려하는 시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던진 탈원전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다. 제안 과정이 너무도 갑작스러워 적지 않은 논란도 있었지만 이미 던져진 문제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대신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현 정권내에 결론을 내기 위해 서둘러서는 더욱 안 된다. 탈원전 여부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인 만큼 정치적 문제로 비춰져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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