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찾아가 본 최순실 소유 평창 땅
공인중개사 “애초에 불가능한 공사”
마을 주민들 “우리가 공사 차량 막았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다 박씨(박근혜 대통령) 믿고 한 거지.”
5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씨(50)는 인근에 위치한 최순실씨 가족이 소유한 땅에 대해 묻자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그 지역은 공사 허가가 쉽게 나오지 않는 곳인데 벌써 땅 파고 공사를 시작했다”며 “그런 식의 불법 개발 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땅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명의로 된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산 191번지 일대의 초지와 임야다. 이날 기자가 땅을 직접 둘러보니 임야만 축구장 두 개 이상 크기이고 초지까지 합치면 축구장 5,6개는 충분히 들어갈 만큼 넓다. 주민들은 “최근 수년간 개발이 없던 이곳에 몇 달 전부터 대리인 김 모씨가 나타나 ‘주인(최순실씨·정유라)과 얘기해 말 목장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중장비를 투입해 각종 토목공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땅은 2004년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구입했으며 이혼 후 부동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유라씨 앞으로 등기 이전됐다. 정씨 측은 지난 8월부터 이 곳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영구 목책 시설 및 배수로 설치 공사는 군청의 허가를 받았지만 토석 채취와 흙을 쌓아두는 공사는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리인 김 모씨를 통해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야에서는 허가 없이 무단으로 나무를 베어 냈다.
이에 주민들은 불법 사실을 평창군에 알렸고 군청에서 지난달 25일 초지법과 국토이용법 위반 혐의로 정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주민들은 보통 사람들 같으면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을 최씨 측에서 무단으로 자행한 것은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일이어서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마을 주민들이 이 곳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알고 난 뒤 포크레인 등 중장비 진입을 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창군에 따르면 무단 벌채 행위가 확인 돼 정씨에 대한 추가고발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해당 지역은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도 길 안내 조차 받기 힘들 만큼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근처에 사는 주민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정윤회씨가 2010년 무렵 자비 1억5,000만원을 들여 전주 공사를 하고 전기를 끌어왔다”며 “일부 통신사의 경우 휴대폰 전파가 잡히지 않아 통화도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석연치 않은 도로 공사도 있다. 영동고속도로의 평창 인터체인지(IC)에서 약 20분 가량 달리면 나오는 인접 도로 공사다. 이 도로를 통해 정유라씨의 땅에 접근할 수 있는데, 이를 향한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공사로 볼 수도 있지만 지난해 말에 IC 명칭도 장흥IC에서 평창IC로 바뀐 것은 물론이고 도로 개통도 최씨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돈다”고 강조했다.
평창=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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