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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변호사가 일 척척...15년 경단녀 맞아?

입력
2016.07.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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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의 11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관심을 산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배우 전도연의 11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관심을 산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칸의 여왕’ 전도연이 1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작품이고 국내 첫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다.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을 만한 요소들을 갖췄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 ‘굿와이프’는 역시나 1회부터 화제를 모았다. “전도연 연기는 명불허전”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1,2회 평균 시청률은 약 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5%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뜨거운 인기를 경험했던 ‘시그널’처럼 시청자의 호응이 초반부터 강렬하진 않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내 첫 법정드라마라는 한계를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평이 따른다.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대한 몰입을 키운 전도연의 공이 크다.

여러 화제와 연기에 대한 호평에도 극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극중 김혜경(전도연)은 사법연수원 수료 후 15년 동안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 변호사가 된 대표적인 ‘경력단절녀’. 하지만 김혜경은 언제 전업주부였냐는 듯 만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여자 영웅처럼 그려진다. 2009년 미국 CBS에서 첫 방송된 동명의 원작 드라마와 비교해 법정 장면 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청소년이 볼 수 있는 드라마(15세 이상)인데, 원작보다 선정적인 대사 표현도 문제다. 한국 제작진이 원작의 충실한 재현과 한국적 재해석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다. 전도연의 연기를 빼면 이렇다 할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김 빠진 맥주 같은 드라마라는 독한 비판도 있다.

라제기 기자(라)=“전도연이 다르긴 다르더라. 지리멸렬한 요즘 지상파 드라마와 달리 ‘굿와이프’를 보니 배우의 무게감이 확 느껴진다. 드라마 속 김혜경은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무뢰한’ 속 이름과 같아 흥미롭다. 세파를 헤쳐 나가는 강인한 여성이란 공통점이 있다. 작가가 전도연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 듯도 하다.”

양승준 기자(양)=“극중 캐릭터와의 궁합은 좀 강인해 보이는 원작 배우(줄리아나 마굴리스)보다 전도연이 더 좋아 보인다. 전도연의 순수하고 여린 이미지가 전업주부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 배역에 더 잘 어울린다.”

조아름 기자(조)= “원작과 비교하면 전도연과 극중 인물 사이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원작 속 여주인공인 알리샤 플로릭이 강인하고 전문적인 변호사의 이미지가 강한데, 한국 리메이크작은 남편에 배신당한 여성 느낌이 좀 더 강해 아쉬웠다.”

양=“원작과 비교했을 때 (남편에 대한)여자 주인공의 혼돈과 분노가 절제돼 긴장감이 떨어진다. 15년 동안 철썩 같이 믿었던 검사 남편(유지태)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것을 넘어 술집 여성과 잠자리를 한 영상에 세상에 퍼진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판에선 전도연이 남편과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나와 한 첫 말이 ‘다음부턴 이런 데 나 데려오지마’가 전부다. 원작에선 일리샤가 기자회견장을 나오자마자 말 한 마디 없이 남편에게 따귀를 날린다.”

김표향 기자(김)=“전도연이 너무 척척박사로 나온다. 전혀 사회초년병 같지 않다. 사법연수원 끝내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변호사 일을 처음 하는 건데 빈틈을 찾을 수 없다. 원작에선 여주인공이 로스쿨 우등 졸업하고 결혼 전 로펌에서 2년 동안 일했다는 배경을 깔아뒀다. 한국판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원작에선 여주인공이 방송 2회에서 재판에 지고, 법정에서 증거를 잘못 택해 혼도 나는데, 한국판에선 그런 고난이 전혀 안 나온다.”

라=“경력단절녀의 애환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미국이 아닌 한국적 상황에서는 전업주부로 살다 사회에 나가 겪어야 할 직장 생활의 고충이 크다. 좌충우돌하며 새롭게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 관련 고민도 더 깊을 텐데 이런 점에 대한 반영이 잘 안 됐다.”

조=“미국드라마 특유의 ‘쿨’해 보이는 대사를 그대로 가져와 정서적으로 이질감도 든다.”

김=“김혜경과 그의 변호사 친구로 나오는 서중원(윤계상), 김혜경의 남편 이태준(유지태)을 보면 삼각 멜로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서중원이 지나치게 ‘키다리 아저씨’로 묘사된다. 로펌도 원작과 달리 친누나와 동생이 운영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미국 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좋은 점만 골라 만들다가 어정쩡한 질감의 드라마가 된 것 같다.”

조=“생각보다 ‘19금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술집 여성이 이태준에게 ‘아내는 이런 거 해줘?’란 말을 하는 장면에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기혼자들에게는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갔을 만도 하지만 수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15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라고 하기엔 선정적인 면이 있다.”

양=“(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나나가 연기한 김단이 양성애 캐릭터로 묘사돼 놀랐다. 한국 드라마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전도연에 주눅들지 않고 연기를 잘 해 놀라기도 했다. ‘굿와이프’에 생기를 불어넣는 요소 중 하나다.”

라=“시청률이 10%를 넘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tvN은 이미 남는 장사를 한 게 아닐까. ‘응답하라 1988’과 ‘시그널’ ‘또 오해영’을 연달아 성공시켰고, ‘굿와이프’로 화제를 불러모았으니 새 ‘드라마 왕국’이라는 채널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김=“‘시그널’이나 ‘또 오해영’ 같은 흥행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법정드라마라는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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