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난민 수용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시도해 온 강제할당 제도(난민쿼터제)를 전면 재검토할 전망이다. 찬반 갈등이 계속된 난민쿼터제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 또다시 격론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투스크 의장이 오는 14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정상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사실상 난민쿼터제 폐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투스크 의장은 서한 초안에서 쿼터제를 “분열을 초래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한 뒤 “강제 쿼터를 비롯한 문제들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하지 못할 경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6개월의 시한을 두고 쿼터제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 등 난민제도 개혁을 논의할 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난민쿼터제는 유럽의 난민 위기가 정점에 이른 2015년 9월 도입됐다.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중동ㆍ아프리카 분쟁지에서 몰려든 난민 16만여명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회원국이 인구 규모, 수용 능력 등 기준에 따라 이들을 나눠 받기로 한 제도다. 하지만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은 쿼터제 시행에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현재까지 난민 수용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반발 움직임으로 인해 시행 2년간 쿼터제로 재배치된 난민은 2만7,60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혁 논의 시기가 적절치 못해 당분간 EU의 난민정책이 크게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스크 의장의 견해와 다르게 최근 EU에서는 난민쿼터제 법제화 등 강행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앞서 9월 슬로바키아ㆍ헝가리가 난민쿼터제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7일 쿼터제를 지키지 않던 헝가리ㆍ폴란드ㆍ체코 3개국을 ECJ에 제소한 바 있다. 난민을 적극 수용해온 독일, 스웨덴도 투스크 의장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 EU 외교관리는 “투스크의 서한이 최근 회원국들이 논의하는 사안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일부 회원국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