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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29명 사망 대형 화재, 총체적 사고대책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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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29명 사망 대형 화재, 총체적 사고대책 시급해

입력
2017.12.21 20: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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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고 안타까운 재난이 또 다시 발생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했다. 사상자들은 주로 건물 2층 목욕탕에 갇혀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불은 건물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고 한다. 일부는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가 뛰어내리거나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헬기로 구조되는 등 화재 현장에서는 한동안 아비규환이 이어졌다고 한다.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1층의 차량에서 난 불이 건물 외벽으로 옮겨 붙어 순식간에 번진 점으로 미뤄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재가 난 건물 내 시설이 헬스장과 목욕탕, 레스토랑 등 다중 이용시설이란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경보장치나 스프링클러 등 방화설비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이토록 인명 피해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화재 안내방송이나 경보음을 듣지 못해 대피가 늦어졌다는 일부 피해자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 화재를 통해 고층건물의 화재사고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고층건물들이 미관을 고려해 화재에 취약한 마감재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2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의정부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 화재가 단적인 예다. 당시 아파트 외벽이 내부에 스티로폼이 들어있는 단열재로 마감 처리돼 불이 외벽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의정부 사고 이후 법령이 개정돼 6층 이상 모든 건축물의 외장재 사용시 준불연재 이상의 성능을 갖추도록 의무화됐으나 그 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일은 불편하고 비용이 따른다. 하지만 편의성과 효율성만을 좇아 안전을 소홀히 하면 그 대가는 끔찍하다. 고층건물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굴절 사다리차 등 장비확충도 시급하다. 이날 화재도 초기에 소방서 고가사다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민간사다리차가 동원돼 대피자들을 구조했다고 한다. 당국은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고층건물에 대한 주기적이고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낚싯배 전복사고와 타워크레인 사고 등 재난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을 파악하고 전반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직도 안전불감증으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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