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논설위원

등록 : 2017.07.09 14:23
수정 : 2017.07.09 14:23

[해외석학칼럼] 트럼프가 유럽에 주는 선물

등록 : 2017.07.09 14:23
수정 : 2017.07.09 14:23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많은 유럽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회의에 참가한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많은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끔찍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경멸하는 듯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관계는 터키의 권위주의 대통령 레제프 T 에르도안과의 우정이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찬사에 비해 냉담한 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영국의 EU 탈퇴를 환영한다. 그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처음 만났을 때 “다음은 누구?”라고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상호방위를 확약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약 5조를 뒤늦게 재확인했다. 그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한다고 선언했고 유럽인이 지지하는 유엔을 위한 미국 기금을 삭감했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는 유럽에서 인기가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인의 22%, 프랑스인의 14%, 독일인의 11%만 그를 신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가 인기 없는 게 유럽의 가치를 강화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트럼프를 당선시키고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게 만든 우파 포퓰리즘 물결이 유럽을 휩쓸고 그래서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마린 르펜이 당선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그 뒤 포퓰리스트들은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선거에서 패했고 프랑스도 중도파 신참내기 에마뉘엘 마크롱을 선택했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 뒤 총리 자리에 오른 테리사 메이도 지난달 조기 총선에서 다수파 지위를 상실했다.

유럽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정치적 불균형에 시달려 왔다. 그렇지만 9월 독일 선거에서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온건주의자가 승리해 마크롱과 함께 유럽의 전진을 위한 공동 작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은 복잡하고 논쟁적일 게 틀림없다. 영국이 유럽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선호자에게 브렉시트 투표가 단일 시장 규정의 세부 사항이 아니라 이민에 대한 우려를 주로 반영한 게 문제였다. 그러나 유럽은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없이 상품과 서비스만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지는 않는다. 현재 영국에는 유럽 대륙 출신자가 300만 명, 유럽 대륙에는 영국 출신자 100만 명 각각 살고 있다. 가능한 타협 방안은 유럽과 영국의 새로운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관계에서는 이민과 상품 일부의 이동을 제한하면서도 양측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EU의 내부 원과, 반대로 그것을 제한하는 외부 원으로 구성된 동심원으로 이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타협이 가능한지 여부는 유럽인의 유연성에 달렸다. 유럽인은 과거 “더 긴밀한 연합”이라는 묵시적 목표를 향한 ‘가변적 속도’의 허용을 이야기했다. 이 목표는 이제 다른 것으로 대체돼야 하며 또한 다른 차원의 은유가 다른 속도의 은유를 대체해야 한다.

유럽의 엘리트들은 이미 유럽 미래에 유연해진 상태이며 연방의 목표를 넘어서는 독자적 유럽을 구상하고 있다. 그들은 관세 동맹, 유로 동맹 그리고 회원국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솅겐조약 등 세 가지 차원의 참여가 이미 유럽에 존재한다고 본다. 이제 방위가 네 번째가 될 수 있다.

방위 협력에 대한 유럽의 진전은 주권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에 의해 억제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안전 문제는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으로 옮겨졌다. 유럽 공동방위 체계를 건설하려는 노력의 속도는 느린 편이다. 영국 외에 프랑스만이 원정군을 꾸릴 능력을 갖고 있으며 독일은 역사적 이유로 제한을 받고 있다. 영국은 나토와 경쟁할 수 있는 일을 항상 꺼려왔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당시에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인은 화성에서 왔고 유럽인은 금성 출신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는 변했고 유럽은 일련의 외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목격한 유럽인은 거대한 이웃이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을 떠올렸다. 러시아를 저지하려면 강력한 나토가 계속 필요하다. 또 다른 위협은 발칸 지역의 폭력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일부 관측통은 내전이 마케도니아에서만 작은 범위에서 방지됐다고 믿고 있다. 유럽평화유지군은 이 지역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세 번째 위협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온다. 특히 혼란에 처해있는 리비아는 이민자들이 필사적으로 지중해를 건너오는 원천이다. 이 지역에서 시민을 보호하거나 인질을 구해야 할 필요성을 상정할 수 있다. 프랑스의 원정군 능력은, 영국과 결합되면, 안전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이 아니라도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도움이 될 만하다.

유럽의 공동 방위는 갈 길이 아직 멀지만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얄궂게도 인기 없는 트럼프가 그것을 방해하기보다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지프 나이ㆍ하버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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