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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아니다?… 성범죄 저질러도 받아주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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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아니다?… 성범죄 저질러도 받아주는 교단

입력
2015.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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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가벼운 징계 받고 학교로

음담패설ㆍ강제추행 등 수법 대담

성범죄 교사 다시 증가 추세

"교육계 시대착오적 행태 버려야"

경기 화성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은 지난 3월 사회 수업시간에 B교사로부터 ‘속옷 색깔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수치심에 떨어야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은 조사에 들어갔고, B교사는 “새 학기 친구들간 깊이 아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야기하도록 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는 현재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견책 처분만 받고 여전히 해당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교육당국이 ‘신체접촉이 없는 등 사안이 심각하지 않다’며 ‘경징계’를 내린 탓이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징계위원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경기 D고교에서는 여학생을 껴안고 추태를 부린 교사가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이 교사 역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그는 정직 기간이 끝나자 법정을 오가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성희롱ㆍ성추행 교사들이 교육계의 온정주의와 느슨한 처리 기준 등으로 교단에 다시 돌아오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교사 성범죄 증가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5년간 성희롱, 성추행 등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전국 초ㆍ중ㆍ고교 교사가 230명에 이르지만, 무려 54%인 125명이 정직이나 감봉, 견책만 받고 교직을 유지했다.

경기지역의 경우 2012년부터 올 6월까지 3년6개월간 교사 19명이 성범죄를 저질렀으나 9명(47%)이 정직 이하의 처분에 그치는 등 교단에 남아있는 상태다.

한 초교 교사는 장애를 앓고 있는 여학생을 유인, 강제로 추행했다가 적발됐고 모 고교 교사는 여학생 2명을 수시로 무릎에 앉히고 볼 등에 뽀뽀를 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여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음담패설을 하거나 강제로 입맞춤하는 등 교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범죄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은 이들 가운데 단 7명만 파면ㆍ해임했다. 나머지 3명은 사건 직후 임기 또는 정년이 만료돼 퇴직했거나 숨져 징계하지도 못했다.

교사 성범죄가 잇따르고 그 수법까지 대담해지는 것은 이런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에 기인한다는 비판이 많다. 경기교육청의 교원 징계위원회는 외부위원 5명, 내부위원 4명 등 9명으로 꾸려졌으나 회의를 이끌어가는 위원장은 내부위원인 부교육감이고 여성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오랜 교직생활 동안 구축한 나름의 조직과 인맥이 사건의 은폐ㆍ축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배나 지위가 높다고 해서 가벼운 성희롱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여겨지는 시대가 아님을 교육계가 깨달아야 한다”며 “성폭력 예방교육에 교장, 교감 등을 반드시 참여토록 하는 등 보다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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