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 경전철의 파산 신청은 마구잡이 식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의 한계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직접적 계기는 2012년 7월 개통 이후 누적된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수립 당시 연구기관의 뻥튀기 수요 예측과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의 과욕, 지역 이기주의 등이 어우러진 무리수가 보다 근본적 원인이었다. 결국 세금만 낭비한 꼴이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총 6,767억원이 투입된 의정부 경전철의 예상 이용객은 하루 평균 7만9,000명이었지만, 개통 첫해 하루 이용객은 1만명에 불과했다. 수도권 환승할인제도 등의 도입으로 그나마 하루 3만5,800명까지 늘어났지만, 손익분기점인 11만8,000명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왔다. 이에 따라 해마다 300억원의 적자가 확정적이었다.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민간사업자 투자비 중 2,000억원 이상을 환급해 줘야 하는 부담도 진다. 의정부시 예산 규모에 비춰 시민에게 전가될 부담이 만만찮다.
이미 각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용인 경전철도 이용객이 적어 연간 200억원 이상을 용인시가 부담해야 한다. 800억원 이상 투입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아예 써보지도 못한 채 고철로 전락했다. 김해 경전철도 수요 예측이 잘못돼 매년 4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서울시도 경전철 10개 노선을 추진 중이지만 7월 개통될 우이-신설 노선의 이용객 수부터 예측에 크게 미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자체 자체 사업뿐만이 아니다. 유사한 전철을 밟은 대통령 공약사업도 숱하다. 무안국제공항은 연평균 이용객 5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하루 이용객이 900명에 못 미친다. 부산과 거제도를 이은 거가대교는 1조6,000억원이 투입됐지만, 20년간 4조원에 달하는 적자보전이 불가피한 처지다.
이처럼 정치권이 지역 이기주의에 기반한 부풀리기 수요 예측을 근거로 앞을 다퉈 벌인 ‘묻지마 식’ 개발사업은 적잖은 혈세만 낭비한 꼴로 끝났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추궁 받는 기관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치인은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고, 최종 부담은 세금에서 짜내는 구조다. 이런 행태를 방치할 경우 제2, 3의 의정부 경전철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수요 예측 의근거를 더욱 치밀히 따지고, 사후 잘잘못도 가려 관련자와 기관 등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서둘러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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