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손목에 차는 밴드모양
아우디, 운전자의 체형을 기억
업계 “별도 차키 조만간 사라질 것”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터’ 기술은 1940년대 후반 미국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이후 1980년대 초 키를 꽂아 돌리지 않아도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는 ‘버튼식 무선키’ 기술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자동 주차와 창문 개폐 등까지 가능한 ‘스마트키’가 개발돼 신차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자동차 키의 발전이 주로 고객의 편의성 증대 측면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 외관과 재질 등 스타일까지 대변신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부응하기 위해 차를 넘어 차키까지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업체 재규어는 국내서 판매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페이스’와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에 손목에 찰 수 있는 밴드 모양의 ‘액티비티 키’를 제공하고 있다. F-페이스가 야외 레저용을 즐기는 젊은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만큼 수영이나 서핑, 등산 등 야외활동 중에도 편하게 자동차 키를 보관할 수 있도록 손목에 차는 스타일로 변형한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액티비티 키는 강한 내구성과 완전 방수 기능을 갖춰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돼 있다”면서 “차 문을 열 땐 문손잡이만 당기면 되고 트렁크를 여닫을 때는 재규어 로고 ‘J’에 액티비티 키를 갖다 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는 지난해 음주측정이 가능한 스마트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시동하기 전에 스마트 키에 숨을 불어 넣어 음주가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방식이다. 혼다는 일본 전자업체 히타치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호흡에 포함된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에탄올, 수소 등 음주 여부를 3초 안에 측정해 내는 기술을 스마트키에 도입했다. 일본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 종사자들은 근무에 들어가기에 앞서 음주측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혼다는 이를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까지 확대한 것이다.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율이 높은 국내에도 도입해볼 만한 기술이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음주측정 관련법 문제도 있고 일부 소비자들의 반발도 예상돼 도입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독일 업체 BMW는 ‘뉴 5시리즈’와 ‘뉴 7시리즈’, ‘i8’ 모델에서 2.2인치 터치스크린이 달린 ‘디스플레이 키’를 제공하고 있다. 운전자는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주차해 놓은 차량의 연료 잔량과 엔진오일 교환 시기와 창문 개폐 여부 등 차량의 상태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키에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 옵션’이 장착돼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운전석에 타지 않고도 차량을 주차공간에 전진 이동시키거나 후진으로 꺼내는 게 가능하다. 이밖에 아우디의 ‘A8’ 모델에 제공되는 스마트키는 운전자의 체형을 기억하는 기능을 갖췄다. 운전자가 스마트키를 가지고 차량에 타면 몸에 맞도록 미리 설정해둔 좌석 위치를 맞춰준다. 보통 스마트키 2개가 제공되기 때문에 차량 이용이 많은 젊은 부부들에겐 안성맞춤이다.
국내 자동차업체에서는 아직 스마트키의 뚜렷한 변화는 찾기 힘들다. 차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키도 주로 고급 세단과 SUV 위주의 외제 차에서 그 스타일과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기아차 ‘K9과 르노삼성 ‘SM3’ 등에 평상시 소지가 편하도록 얇은 카드 모양의 스마트키를 제공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이미 2004년부터 이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경우 ‘EQ900’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사원과 해당 지점장이 직접 스마트키가 담긴 ‘액세서리 세트 케이스’를 전달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급 명차인 제네시스에 걸맞게 스마트키를 포장해 전달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제네시스 자동차 키를 손에 받는 순간부터 그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체들은 조만간 별도의 자동차 키가 필요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빠르게 융합함에 따라 자동차 키 기능이 다른 첨단기기에 흡수되거나 생체인식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중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휴대폰 스마트키’와 ‘지문인식 스마트키’다. 휴대폰 스마트키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 자동차의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게 한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일 국내 부품사 중 처음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 2019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문인식 스마트키는 자동차 문과 핸들에 지문인식 센서를 장착해 차량 소유자와 운전자가 일치할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는 장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저마다 지문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좌석위치 설정과 사이드미러 조정 등 다양한 옵션을 설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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