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총 대신 영웅적 가슴으로 에볼라와의 전쟁을 치렀다.”
타임지는 지난 10일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전사들’을 선정하며 에볼라 치료에 거침없이 뛰어든 의료진을 이 같이 평가했다. 낸시 깁스 타임 편집장은 “의료진의 지칠 줄 모르는 용기와 자비로 인해 전 세계는 에볼라 방어 시간을 벌었다”며 “이들 덕에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볼라 창궐이 첫 공식 발표된 지난 3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막연한 공포를 뒤로한 채 가장 먼저 최전선에 나섰다. 물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발병국가의 정부나 규제에 막혀 곧장 나서지 못한 세계보건기구(WHO)보다도 앞섰다. 이들은 에볼라 발생 직후부터 26일 현재까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에 3,400여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병상 600개가 설치된 치료센터 6개를 꾸려 3,800명에 달하는 에볼라 환자를 돌봤다. 이들의 치료로 완치된 환자는 1,600명이 넘어선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뿐 아니라 회복된 환자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하고 있다. 소속 직원들은 완치 환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동행해 그들이 느낄 공포와 고독을 위로한다. 완치 증명서를 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며 주민들을 안심시킨 뒤 환자가 일상생활에 복귀하도록 돕기도 한다. 부모 형제가 다 숨지고 홀로 남은 아이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비정부단체와 연결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9개월이 넘는 에볼라와의 사투에 의료진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파견 직원 가운데 27명이 에볼라에 감염, 14명은 완치됐지만 13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기니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료진으로 활동한 뒤 미국에 돌아와 에볼라 감염 확진을 받았던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는 지난 10월 23일 완치 판정을 받은 후 “다시 서아프리카로 건너가 에볼라 환자의 치료를 도울 것”이라고 밝히며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외에도 전 세계는 에볼라 치료에 열정을 쏟았다. 아일랜드의 세계적 록밴드 유투(U2)의 보컬 보노는 “가난한 나라의 의료시스템이나 부유한 국가의 리더십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며 “해답은 빈곤과 부정부패 등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라고 허핑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촉구했다. 영국인 첫 에볼라 감염자였던 남성 간호사 윌리엄 풀리도 완치 후인 지난 10월 20일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으로 돌아가 다시 의료활동에 나서며 “에볼라 전선으로 돌아가 기쁘다”고 밝혀 울림을 주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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