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장염(腸炎)’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염’의 바른 발음은 [장:염]이 아닌 [장:념]이다. 표준발음법 제29항을 보면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고 되어 있다. ‘장염’은 ‘장’과 ‘염’의 합성어이며 ‘장’의 끝이 자음이고 ‘염’의 첫음절이 ‘여’이기 때문에 ‘ㄴ’ 음을 첨가해 [장:념]이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럼 ‘간염(肝炎)’의 경우에도 [간:념]이라고 발음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간염’은 ‘장염’과 동일한 음운 환경이지만 글자 그대로 [가:념]으로 발음한다. 이는 어떤 단어들은 'ㄴ'을 첨가해 발음하지만, 어떤 단어들은 표기대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즉 음의 첨가는 모든 환경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ㄴ'이 첨가된 경우에는 사전에 그 발음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백분율(百分率)’의 발음은 [백분뉼]이지만 ‘환율(換率)’의 발음은 [화:뉼]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럼 ‘폐렴(肺炎)’은 왜 ‘폐염’이 아닌 ‘폐렴’으로 표기하는 것일까? ‘炎’의 원래 음은 ‘염’이지만, ‘폐렴’에서는 ‘렴’으로 음이 달라져 쓰이게 됐고, 이런 쓰임이 인정돼 ‘폐렴’과 같이 적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달라진 음을 ‘속음(俗音)’, 원래 음을 ‘본음(本音)’이라고 하는데, 한자어를 ‘본음’이 아닌 ‘속음’으로 표기하는 예에는 유월(六月), 시월(十月), 초파일(初八日), 대로(大怒), 모과(木果), 의논(議論), 의령(宜寧), 허락(許諾) 등이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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