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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한달 117만6000원 쓴다

입력
2017.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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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비가 지출의 28% 차지

10명 중 7명 “부담스럽다”

학식·카페 민간업체가 운영

저렴한 캠퍼스 물가는 옛말

#2

알바로는 밥값도 감당 못해

“대학 내내 생활비 스트레스”

지방 출신 수도권 대학생은

한달 생활비 131만9000원

수도권 출신보다 13만원 더 써

“대학생 딸에게 매달 용돈을 40만원씩 주고, 아르바이트로 조금 더 벌어 쓰는데도 아이는 왜 늘 돈 없다는 타령인지 이해가 안 돼요. 우리 학교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로 용돈 쓰고 등록금까지 쪼개 냈는데 말이죠.”(직장여성 장모씨ㆍ48세)

“이달 들어 과제 하려고 재료비에만 10만원이 넘게 들었어요. 밥 먹고 차비 쓰고, 정말 가끔씩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데도 늘 용돈이 모자라 부모님께 더 받아써요.”(대학생 이모씨ㆍ22세)

세월이 흐르니 물가야 올랐겠지만 유독 등록금과 캠퍼스 물가의 상승이 심하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부모 세대는 대학생 자녀들의 등록금 내는 것만도 허리가 휘는데 왜 아이들이 늘 용돈이 부족하다며 손을 벌리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에서 유학하는 비용은 그렇다 쳐도 먹고 마시고 움직이는 데에 대체 얼마가 들길래?

전국 대학생 345명의 5월 가계부
전국 대학생 345명의 5월 가계부

아르바이트로 밥값도 해결 못해

그래서 알아봤다. 한국일보가 1~7일 전국 대학생 34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5월 한 달 동안 실제로 지출한 내역과 수입 내역을 물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지난 한 달 소비지출 금액은 117만6,000원(등록금 제외)에 달했다. 흔히 비정규직 노동자 월 수입이라는 88만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는 것이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71.6%)은 이러한 생활비가 “부담스럽다”(매우 부담 22.9%, 다소 부담 48.7%)고 답했다.

대학생들은 먹고 입고 자는, 최소한의 의식주 비용으로만 63만2,000원을 지출했다. 식비가 23만6,000원으로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커피 디저트 등 부식비 8만9,000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지출의 27.6%가 먹는 데에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24만8,000원)으로는 밥값도 감당 못하는 수준이다. 이어 하숙비나 자취방 월세, 전기세 등 주거비에 21만6,000원, 의류ㆍ미용에 9만1,000원을 썼다. 의식주 외에 교통비 8만8,000원과 통신비 7만1,000원도 필수 소비항목에 속한다. 여기까지만 해서 거의 80만원이다.

학생들이 ‘뭘 그렇게 비싼 걸 먹고 마시느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과거처럼 대학가라면 으레 물가가 싼 그런 특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 출신으로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장아란(가명·여)씨는 1주일에 2,3번 3,500원짜리 학생식당(학식) 점심을 먹고, 나머지는 5,000원 안팎의 학교 앞 식당에서 먹는다. 저녁은 4,000원 정도 하는 컵밥,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해결한다. 집에서 햇반이나 라면을 고향에서 보내준 반찬과 함께 먹을 때 가장 돈이 덜 든다. 이렇게 써도 한 달 식비가 30만~35만원이다.

저렴한 캠퍼스 물가 실종된 지 오래

그나마 이화여대는 학식이 비싸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발표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학식 돈가스 가격이 성균관대는 5,000원, 광운대는 5,500원이다. 대학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학식이라도 비싼 메뉴는 6,000원 안팎이다. 카페도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많다. 커피 값을 시중보다 낮게 책정하겠다고 약속하고 입점한 뒤 슬금슬금 올려 별 차이 없이 판매하는 곳들도 있다. 서경대의 컬러 복사ㆍ프린트 값은 장당 600원을 줘야 한다. 학교 밖과 별 차이가 없다.

모든 것이 저렴한 ‘캠퍼스 물가’가 사라진 것은 대학들이 학식 운영 등에 외부 민간업체를 불러들이면서부터다.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에는 총 450개의 외부 업체가 입점(2015년 12월 기준)해 있다. 서울대(65개), 한양대(60개), 연세대(57개), 고려대(42개), 서강대(24개) 등 상위 5개 대학이 전체 업체의 55%(248개)를 차지한다. 대학들이 아워홈, 신세계푸드, GS리테일 등에 계약을 맺고 식당 등을 운영하면서 식사 품질도 높아졌지만 가격도 뛰었다. 교내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한국외국어대 학식의 돈가스 가격이 2,200원인 것을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지방 출신, 의식주비 44% 더 써

고향을 떠나 수도권에서 유학하는 학생의 생활비 부담은 훨씬 크다. 조사에 참여한 수도권 대학생 중 지방 출신 학생(73명)의 5월 평균 지출액은 131만9,000원으로, 수도권 출신 학생(135명) 118만2,000원보다 13만여원이 많았다. 의식주 비용이 지방 출신(75만1,000원)이 수도권 출신(48만2,000원)보다 44.4%나 많았다. 그나마 문화유흥비 등에서 덜 써서 총액의 차이가 적은 편이다.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거비다. 장씨는 올 초 이사해 월세가 더 늘자 밥값을 줄였다. “4학년이 돼 취업 준비에 집중하려면 학교에서 가까운 곳이 좋을 것 같아 이사를 했어요. 은평구에 있던 예전 집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5만원이었지만 서대문구 신촌의 새 집은 훨씬 낡고 방음도 잘 안 되지만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0만원입니다. 부모님이 월세를 내 주지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야겠다는 생각에 먹는 돈부터 줄이고 있어요.”

쓰는 돈이 많으니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도 지방 출신(46만3,000원)이 수도권 출신(33만8,000원)보다 많다. 그래도 쓸 돈은 부족하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이를 메꿔나간다. 전북에서 올라와 서강대를 다니는 4학년 김지안(가명·여)씨는 “기숙사비(37만원), 용돈(40만원)에 통신비(약 8만~9만원)를 부모님이 보내주시고, 정말 급할 때는 엄마 카드를 받아 5만~10만원씩 쓸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장씨도 다달이 부모님으로부터 용돈 50만원에, 방값 30만원, 휴대폰비 약 10만원 등 월 90만원을 지원 받지만 아르바이트를 놓은 적이 없다. 위험시간 대 캠퍼스를 순찰하는 ‘캠퍼스 지킴이’, 중앙도서관 행정사무, 신입생 멘토링 등 학교 안 아르바이트는 물론 과외, 영화관 아르바이트, 기업 프로젝트 등 온갖 일을 했다. 장씨는 “대학 4년 내내 생활비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생 345명의 5월 가계부
전국 대학생 345명의 5월 가계부

등록금 냈는데 뭐가 또 필요한지

학생이라면 당연히 지출해야 할 교육 관련 비용도 있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학습비(교재 재료비 실습비 등)에 4만6,000원, 학과생활비(MT 동아리회비 등) 5만5,000원, 사교육비(영어학원 자격증대비 등)에 5만8,000원 등 총 15만9,000원을 썼다.

공부가 학생 본연의 일이라고 해도 이조차 맘껏 돈을 쓰기는 어렵다. 서울대 3학년 차지용(가명)씨는 지난해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인터넷강의(인강)와 교재 모두 중고를 활용했다. 차씨는 “인강은 한 번 결제하면 두 번 들을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한 번 듣고 남은 한 번의 수강 기회를 파는 것을 사서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보통 30만~40만원 내야 하는 강의를 3분의 1 이하 가격으로 들을 수 있거든요. 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었죠”라며 멋쩍어 했다. 학원 강의는 꿈도 꾸지 못했다.

문화비, 커피… 이 역시 당연한 소비

요즘 대학생이라면 당연한 지출로 여기는 것들이 또 있다. 커피 디저트 등 부식비에 8만9,000원, 음주 영화 공연 등 문화유흥비에 12만8,000원을 쓰는 것에 어떤 부모들은 혀를 찰 수도 있다. 심지어 이 빠듯한 살림에 기부, 경조사비 등으로 4만1,000원을 지출했다. 과거와는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패턴이 달라진 것이다.

지방 출신의 수도권 사립대 3학년 고아영(가명·여)씨는 지난 주말 지드래곤 단독 콘서트를 위해 11만원을 질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가수의 공연이라 생활비를 아끼고, 지난 겨울 아르바이트로 모은 비상금을 보탰다. “학점, 취업 준비 스트레스로 가득한데 꼭 보고 싶은 공연마저 못 본다면 대학생활은 암흑입니다.” 친구랑 얘기를 나누기 위해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값비싼 커피를 즐기는 것도 최소한의 자기 만족을 위한 지출이다.

물론 경제 여건에 따라 문화와 여가를 전혀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도 없잖아 있다. 차씨는 “술 자리는 아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구들 만나 마시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가끔 친구를 만나도 6,000~7,000원짜리 저녁 먹고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 하죠. 어려운 내 형편을 모르는 친구들은 만나기도 망설여져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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