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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감면·비과세 손보고 복지는 정확한 수요예측 후 손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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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감면·비과세 손보고 복지는 정확한 수요예측 후 손질 필요"

입력
2015.0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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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실효세율 16.6%에 그쳐, 美 21%·英 25%보다 크게 낮아

임대소득 신고제로 제대로 파악 안 돼, 세제 혜택 줄이고 과세 강화해야

세금과 복지, 어느 한 쪽을 먼저 손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수술대에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는 어느 것 하나 미세하게 손을 대는 것조차 그 파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모자란 만큼 더 걷고, 부족한 만큼 축소하는 고도의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증세와 복지 구조조정 모두 우선순위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부터 얼마나 늘리고 줄일 수 있는지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 달 생활비가 200만원인 가정이 있다면 수입이 200만원은 돼야 한다. 수입이 여기에 못 미친다면 가계부가 구멍이 나는 건 당연하다. 생활비를 절대 줄일 수 없다면 수입을 더 늘릴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복지 조정 논의와 함께 어떤 세금을 또 얼마나 더 걷을 수 있는지 단계적인 우선순위가 마련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일 한국일보의 전화설문에 응한 재정 전문가 10명이 제시한 증세 우선순위는 ▦감면 축소 ▦비과세 폐지 ▦세율 인상 ▦세목 신설 등 크게 4단계다. 우선 중구난방 난립해 있는 각종 감면제도와 비과세를 차례로 폐지한 뒤 기존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세율 인상에 나서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증세의 첫 단계로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꼽는다. 그 중에서도 감면은 그 효과나 필요성이 크게 입증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세법개정 때마다 ‘당근’으로 제시되면서 세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비과세의 경우 종교인 소득, 미술품 양도차익 등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 되며 세금 사각지대에 놓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과세 대상에 대거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런 비과세ㆍ감면 혜택이 상당 부분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집중돼 사실상 ‘부자 감세’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의 45%를 10대 기업이 가져가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연간 1조원 이상을 받아간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부자감세’로 불리는 이 같은 각종 세제 혜택을 정비하고 증세 논의를 해야 조세저항을 덜 받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증세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세율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율 인상에도 순서가 있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 중 어떤 것을 먼저 손을 대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명 중 절반인 5명이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릴 세목으로 법인세를 꼽는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법인세를 인하(25%→22%)하면서 성장률 상승과 투자증가, 고용창출 등 온갖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결과는 참담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박진 KDI교수)이다.

더구나 실제 세금 부담률을 보여주는 법인세의 실효세율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16.6%에 불과, 미국(21.8%) 영국(25.1%) 호주(23.7%) 등 선진국에 턱없이 모자란다. 때문에 법인세를 원상복귀만 해도 몇 십 조원의 세수가 걷히는 효과를 볼 수 있고(전성인 홍익대 교수), 장기적으로는 더 올려야 한다(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인세 다음으로는 자본소득세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담뱃세 인상이나 연말정산 개편이 결과적으로는 월급쟁이들, 서민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고액자산가들이 부담하는 주식양도차익, 임대소득 등에 손 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불로소득에 가까운 임대소득은 신고제로 걷히고 있는 탓에 제대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부동산을 띄우기 위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남발하면서 임대소득자들이 빠져나갈 구멍 역시 많은 상황이다. 이런 환경을 바로 잡고 임대소득 등의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이다. 하지만 전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담뱃세 인상 후 잇따른 국민적 세금 저항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는 안 하는 게 좋다”(박진 KDI교수) “통일시대에 대비해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아야 한다”(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등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증세 수순은 새로운 세목 신설. 순자산세 도입(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사회복지세 도입(김태일 고려대 교수)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도움주신 분들

강병구 인하대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김태일 고려대 교수,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박진 KDI 교수, 성태윤 연세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전성인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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