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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탄두 먼저 반출하라” 북 “제재명단서 빼달라” 팽팽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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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탄두 먼저 반출하라” 북 “제재명단서 빼달라” 팽팽한 공방

입력
2018.05.28 18:4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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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CVID 요구 수위가 관건

교도통신 “핵탄두 20개 반출 제시”

핵물질 폐기도 기본 방침

북한은 김정은 김여정 등 지도부

제재 명단서 삭제 요구할 수도

27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연 성 김(왼쪽)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뉴스1
27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연 성 김(왼쪽)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뉴스1

미국과 북한이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개최,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본격 협의에 들어갔다. 그 동안 추상적으로 오간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체제 보장요구 사이에서 이행가능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느냐가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미 북한에 핵탄두 반출 요구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양보할 수 없는 목표로 주장해왔다. 물리적으로 불가피한 일정 기간의 단계성은 인정하겠지만, 미국 협상단은 일괄적인 핵 폐기를 확인한 뒤에 보상을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共同)통신도 28일 미국 관리를 인용,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들의 국외반출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빠른 시일 안에 미국이나 프랑스 등 제3국으로 옮기라는 요구를 할 것이란 얘기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이를 주저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특정 유형의 미사일을 먼저 국외로 반출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교도통신은 실무협상에서 핵탄두 국외반출 문제가 타결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으로 논의가 넘어갈 것으로 미국 관리들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 뿐 아니라 플루토늄ㆍ고농축 우라늄과 다른 핵 관련 물질의 폐기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미래핵), 핵탄두 반출(과거핵), 핵물질 폐기(현재핵)를 모두 약속해야 경제 보상이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핵무기를 해체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고 발언하자 북한이 ‘정상회담 재고려’를 거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바 있어 핵탄두 반출여부를 놓고 양국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전면사찰 여부도 실무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지도부 제재 리스트삭제 요구할까

외교안보 전문가 대다수는 북한의 최우선 요구사항은 체제안전에 대한 담보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지도부의 명단 삭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는 2016년 7월과 지난해 1월 인권유린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를 제재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에겐 미국 입국금지, 미국 내 자금동결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비핵화에 이어 경제개혁ㆍ개방 등이 이뤄질 경우 체제전복이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북한 지도부로서는 자신들의 안전보장이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명단 삭제는 행정부 권한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만 결심하면 가능하지만 문제는 의회의 반발 가능성이다. 국무부는 6개월마다 북한 인권 사항을 의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들을 명단에서 삭제할 경우 의회가 반대할 수 있다. 오히려 의회가 김 위원장 일가를 제재하는 법을 제정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경제지원은 요구사항의 곁가지에 불과하다”면서 “협상과정 막바지에 체제 보장에 대해 의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요구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상원 외교위에 출석해 김 위원장과 나눈 체제보장책을 설명하면서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상원에 조약으로 제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측이 행정부 합의 차원 이상의 체제보장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리스트를 거론하면 인권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협상이 오히려 지지부진할 것”이라며 “협상 결렬을 원할 경우라야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은 경제ㆍ군사ㆍ정치ㆍ외교 4개 분야가 패키지로 물려있다”며 “미국이 카드를 내밀 때까지 북한은 체제요구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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