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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법무, 구체 물증도 없는데 연일 "수사 확대"… '물타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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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법무, 구체 물증도 없는데 연일 "수사 확대"… '물타기' 논란

입력
2015.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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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 필요… 成, 정치권에 아주 폭넓게 로비"

리스트 8인도 뚜렷한 진술 등 없는데 야권 쪽까지 수사 가이드라인 의구심

"메모에 野 인사만 들어있어도 지금과 같은 태도 보였을지…" 지적

제52회 법의 날 기념식이 열린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제52회 법의 날 기념식이 열린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법무장관이 ‘성완종 리스트’수사와 관련, 수사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메모와 음성녹취 파일에 남긴 정치인 8명이 모두 현 정권 실세들이라는 점에서, 야권 쪽으로 수사망을 넓히려는 ‘물타기 발언’이자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리스트의) 8명에 대한 수사가 1차적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리스트 8인을 넘어, 또 다른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24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선 한 발 더 나아갔다. 황 장관은 “자료를 모으고 압수수색도 하다 보면 2006~2013년 (리스트의) 8명 외에 여러 사람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아주 폭넓게 로비를 했다는 말도 들리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아직 8인 이외 금품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성 전 회장의 ‘문어발 로비’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황 장관의 발언은 지난 13일 검찰 특별수사팀 출범 직후, 수사팀 관계자가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지만, 그에 한정되거나 국한된 수사는 아니다”고 했던 말을 보다 구체화한 것일 수는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검사들을 독려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사상황, 법무장관과 검찰의 관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정치적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황 장관의 수사확대 발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에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의 금품전달 주장을 뒷받침할 뚜렷한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남기업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의혹 부분을 이번 수사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 사건 수사의 핵심은 ‘공여자의 진술’인데,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리스트 8인의 혐의 입증마저 불투명한 게 사실인 것이다. 수사팀이 꾸려진 지 11일이나 지났지만, 수사팀 관계자가 수사진척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는 범위에 있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이 ‘성 전 회장의 로비를 받은 사람은 8명 외에 더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수사팀에게는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그의 발언은 수사상황에 대해 ‘가정을 전제로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검찰의 평소 방침과 배치되기도 한다. 황 장관의 발언이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번 수사에서 여야 균형을 맞추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황 장관이야 원론적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메모에 야권 인사들만 등장했다면 과연 법무장관이 지금 같은 태도를 보였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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