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불출석에 격앙
의원들 직접 수감동 방문키로
"어떻게든 만나고 가겠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청문회를 열었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 씨는 끝내 불출석했다.
특위 위원들은 1997년 '한보 청문회' 이후 19년 만에 야심차게 구치소 방문을 단행했으나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증인들이 모두 나오지 않으면서 사실상 청문회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대신 위원들은 직접 수감동을 방문해 질의를 하는 '감방 청문회'를 단행하기로 해 최씨로부터 의미있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수감동 방문이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는 만큼 파괴력은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은 전날 간접적으로 특위에 불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이날 오전이라도 마음을 바꿔 청문회에 나올 수 있다면서 실낱같은 기대를 거는 모습도 감지됐다.
취재진 역시 청문회장 입장 인원이 선착순 30명으로 제한되면서 전날 밤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등 증인 출석에 대비했다.
그러나 결국 증인들이 개회 시간이 넘어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씨는 자필로 작성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현재 본인의 형사재판의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 대한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이고 특검의 수사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증언하기가 어려운 형편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수감 생활 중이어서 몸과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며 "부득이하게 출석요구에 응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증인들이 국회를 모멸한 것"이라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해학적인 국민 한 분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최씨의 감방에) 밥·전기·난방을 끊고 뱀·악어·쥐·사자·호랑이·닭을 넣으라는 내용"이라며 "이게 국민 정서다. 독방을 준 것만 해도 특혜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물러난다면 국민들이 지는 것"이라며 "최씨가 나올 때까지 위원들이 청문회장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국민의 분노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최씨를 만나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가 있는 수감동에 위원들이 직접 찾아가서 불출석 사유를 확인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자는 주장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5공 청문회 때에도 감방 청문회를 했던 선례가 있다. 구치소는 공공기관이니 의원이 (수감동까지) 직접 갈 권리가 있다"며 "기자들이 못들어간다면 의원들이라도 최씨의 사진을 찍어 국민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성태 위원장은 교섭단체별 대표 위원들을 수감동으로 보내 '감방 청문회'를 진행하는 안을 의결했으며, 오후 8명의 의원들이 수감동에서 최씨를 만나기로 했다.
한편 구치소 측에서 일부러 청문회를 방해한다는 위원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구치소가 청문회 회피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교도소 보안과장이 한마디만 하면 수감자들이 사시나무 떨듯 떤다던데, 최씨만 특별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홍남식 구치소장이 "수감동에 조사위원이 직접 간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하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하 의원은 "5공 청문회 당시 청문위원장에게 감방 청문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한다"며 "구치소장 발언을 보니 법무부가 청문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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