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살균제 원료를 납품한 회사 SK케미칼 직원을 조사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업체 관계자가 검찰 조사를 받는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0일 SK케미칼 직원 정모씨와 김모씨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 독성 가능성을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에 경고했는지 여부와 PHMG의 납품ㆍ유통 경로 등에 대해 조사했다. 최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의 제품은 한빛화학이 원료 도매업체 CDI를 통해 SK케미칼로부터 PHMG를 사들여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었다.
SK케미칼은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역시 공급하고, 이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애경산업을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1998년 공업용 항균제 용도로 PHMG 제조 신고를 한 SK케미칼은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해 PHMG를 공급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지난 3월 SK케미칼 전ㆍ현직 임원 14명을 살인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PHMG 등의 납품 경위와 제품 생산 절차 전반에 대한 조사를 위해 불렀다”며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CMITㆍMIT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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