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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소환, 음란물방치죄? 괘씸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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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소환, 음란물방치죄? 괘씸죄?

입력
2014.12.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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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온라인 서비스업체 대표 조사는 최초

감청영장 불응 관련 표적 수사 논란, 경찰 "보복성 수사 아니다" 부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온라인상 음란물 유통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책임으로 실무자가 아닌 업체의 대표가 직접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감청영장 불응’ 논란을 빚었던 이 대표에 대한 표적ㆍ보복 수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0일 이 대표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오후 8시 30분쯤 대전지방경찰청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이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조사를 받았다. 35분 만에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도 “조사 잘 받았다”고 밝히고서 곧바로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 대표는 경찰조사에서 “실무적인 것을 잘 알지 못한다”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다음과 합병하기 전 카카오 공동대표로서 카카오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올 7월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아동 음란물 유통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 네이버밴드와 다음카카오 등을 모니터링하던 중 20개의 카카오그룹에서 아동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는 점을 적발, 9월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수사배경을 설명했다.

20개의 카카오그룹에는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동영상 1,800개와 수만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고 그룹 운영자도 대부분 초ㆍ중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룹 운영자 16명 가운데 전모(20)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초ㆍ중학생 운영자 15명은 훈방했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 김선영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이 미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것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에는 무책임 하다”며 “이런 실태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어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에 주목했고,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1년 동안 아동 음란물을 걸러내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다음카카오를 노린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0월 검찰과 경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기관의 메신저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고 밝혀 검ㆍ경과 대립각을 세웠다.

IT업계에선 이용객이 많지 않은 카카오그룹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음란물 유통은 다른 SNS나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서비스를 타깃으로 삼은 건 표적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법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 성보호법) 17조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ㆍ청소년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발견된 음란물의 삭제, 전송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 9월부터 시행된 이 조항은 제정 전부터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걸러내려면 이를 사전에 수집해 동일한 파일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상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어서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은 외면한 채 처벌 규정을 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카카오그룹은 지인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폐쇄형 서비스여서 서비스업체가 내용을 모두 들여다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대화방 이름과 대화 내용에 음란성 키워드를 차단하거나 신고 기능을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모두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공식 입장 외에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은 이 대표의 소환이 감청불응 관련 표적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카카오의 수사착수가 감청불응 논란보다 한달 반이나 앞서 시작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이 대표를 9월말 소환조사 할 계획이었으나 회사 합병과 감청논란 등으로 미뤄지다 지난달 14일 참고인 조사를 했고, 이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소환했다.

경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다음주 중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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