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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상처 치유" 세번째 평양行 발길은 간절했다

입력
2015.08.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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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협력의 길 되길 바라는 마음"

서해직항로 통해 1시간 만에 도착

인도적 차원 평화 행보 이어갈 듯

北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 영접

이희호 여사가 5일 서해 직항로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아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이희호 여사가 5일 서해 직항로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아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태운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서울과 평양 간에 처음 열린 ‘하늘길’이었다. 환영 나온 화동들 사이에 서 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 사람을 맞이하며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반세기 동안 대결과 반목을 일삼았던 남북한 최고지도자가 서로를 마주 보고 환하게 웃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이 여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 뒤로 이산가족이 만나고, 하늘길, 땅길, 바닷길이 열리고 개성공단도 만들어지지 않았냐”며 “그때는 우리 국민이 서로 만나서 같이 지낼 수 있는 기회가 금방 올 것 같은 희망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구순을 훌쩍 넘긴 이 여사(93)가 5일 15년 세월을 격해 다시 방북길에 올랐다. 금방이라도 통일시대를 열 것처럼 손을 굳게 잡았던 남북의 최고지도자는 나란히 고인이 됐고,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만큼 그의 방북길이 더욱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이 여사는 여전히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출발하기 전 남긴 메시지도 6ㆍ15의 희망을 살려 대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방북단 수행단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김포공항 귀빈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여사는 ‘우리 민족이 분단 70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6ㆍ15 정신으로 화해하고 협력해 사랑하고 평화롭게 서로 왕래하면서 사는 민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양을 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여사는 이번 방북으로 자신 뿐 아니라 계속해서 대화와 왕래, 교류 협력의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여사를 포함한 방북단 19명은 이날 오전10시 이스타 항공 특별전세기(ZE2815)에 탑승해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15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동행했던 서해직항로를 이용한 루트로, 공항 전광판에 나타난 전세기의 도착지는 ‘평양’으로 표시됐다. 검은색 원피스에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이 여사는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거나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 여사의 평양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여사는 그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노력해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영부인 자격으로 평양을 처음 방문했고, 2011년 김정일의 사망 소식에는 혹한의 추위에도 조문단 자격으로 평양을 찾았다. 남한 내 일부 비난 여론을 무릎 쓰고 내린 결단이었다. 당시 상주 자격으로 이 여사를 맞이했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답례 성격으로 이번 방북도 먼저 주선한 만큼, 이 여사로 인해 남북 교류의 끈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여사님은 6ㆍ15 선언을 상징하는 인물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가져와주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방북 기간 이 여사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평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평화센터측에 따르면 이 여사 일행은 이날 11시경 순안공항에 도착해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백화원 초대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평양산원 및 옥류 아동병원 등을 방문했다. 방북 기간 이 여사가 머무는 백화원초대소와 묘향산 호텔에 우리 정부와 연결되는 직통 전화와 팩스 등 핫라인이 개설돼 현지 소식이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부터 북한 매체들도 이 여사의 평양 도착 소식을 보도했다.

한편 이 여사의 방북편으로 저가항공이 최종 낙점된 것과 관련 이를 놓친 항공 업체에서 뒤늦은 후회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당초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전세기 대여 의사를 타진했으나 두 회사 모두 휴가철이 겹치는 데다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세기를 원가로 대여해준 이스타항공이 돈보다 국익이 더 중요하다는 전략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자,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그룹 회장은 뒤늦게 ‘공짜로라도 대여를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직원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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