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인철
논설위원

등록 : 2017.01.11 20:00

[지평선] 유진룡과 조윤선

등록 : 2017.01.11 20:00

유진룡과 조윤선은 역대 문화 장관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 인물로 남을 것 같다. 문화정책의 수치로 남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인간적으로나 공직자로서 뚜렷이 대비되는 행태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묵묵한 대다수 관료들과 달리, 소신과 개성이 매우 강하고 주장에 거침이 없는 인물이다. 노무현 정권 때 문화부 차관으로서 청와대의 아리랑 TV 부사장 인사청탁을 거부하며 빚어진 ‘배 째 드리죠’ 파문을 폭로하고 전격 경질된 것도 그의 ‘굽힘 없는’ 스타일을 보여 준다.

▦ 유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도 갈등을 서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후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유독 내각 총사퇴론을 주장해 ‘미운 털’이 박혔다고 한다. 청와대와 인사 갈등도 다시 불거졌다. 결국 전격 면직돼 차관 땐 진보정권으로부터, 장관 때 보수정권으로부터 연이어 중도 하차당한 드문 경력의 소유자가 됐다. 일각에선 유 전 장관이 겪은 풍파가 ‘제 잘난 맛에 사는’ 그의 스타일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적어도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을 묵인하거나, 거짓으로 자신과 남을 속이는 유형이 아닌 건 분명하다. 2014년 면직 직전 대통령 면담 때 블랙리스트에 대해 항의했다거나, 그걸 직접 봤다는 주장이 믿음직해 보이는 이유다. 풍파를 부르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는 유 전 장관에 비해, 현직인 조 장관은 훨씬 낮은 연배인데도 능수능란한 유형이다. 본래 변호사 출신이라 그런 걸까. 블랙리스트 문제만 해도 자신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당시 부하들이 개입한 게 분명한데도 한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다.

▦ “블랙리스트를 본적도,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적도 없다”는 주장 역시 과거 정무수석 이래 관련 사실에 대한 인지 여부를 어물쩍 넘기려는 교언(巧言)처럼 들렸다. 조 장관은 최근 청문회 추궁을 받고서야 블랙리스트 존재와 자신의 인지 사실을 시인했다. ‘튀는’ 인물이지만 유 전 장관은 그래도 블랙리스트에 저항했다. 반면, 조 장관은 그 존재를 진작부터 알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블랙리스트에 적극 간여하지도, 그렇다고 그 부당함을 바로잡지도 않고 짐짓 눈을 감았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랬다면 조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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