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부갈등이 수습의 가닥을 찾기는커녕 연일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 원내대표 퇴진 압박에 앞장서온 친박계 김태호 최고위원이 집요하게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고성과 육두문자까지 오갔으니 이런 저질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석상에서 국회법개정안 거부권행사와 함께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난한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여권은 혼란 속에 소모적 갈등으로 국정 동력을 소진하고 있다. 메르스 대응 추경 당정협의가 차질을 빚고, 국회 운영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기 되는 등 파행의 연속이다. 2일 오전 박 대통령이‘5개 중견국협의체(MIKTA) 국회의장단 접견 자리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전날 민주평통자문회의 17기 출범식에 박 대통령은 참석했지만 집권여당 대표는 불참했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메르스 사태 극복 등을 위해 국정의 주요 축들이 긴밀하게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어긋나고 충돌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가 박 대통령에게 거듭 거부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라고 거듭 촉구했던 것도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을 예상하고 국정운영 차질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외면하고 원내사령탑을 공개적으로 격하게 비난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 일을 저질렀으면 신속하게 수습하는 지혜와 정치력이라도 발휘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친위그룹을 자처하는 친박계 인사들의 조급한 행태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를 수라장으로 만든 빌미를 제공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최고위원 경선 당시“청와대가 당의 출장소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겠다”며 당청 수평관계를 외쳤던 그가 청와대 편에서 당 원내대표 축출에 앞장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유 원내대표가 추경예산안 처리에 의욕을 보이는 등 버티는 사이 당내 비박 중진들의 반발이 커지고 국민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친박계와 청와대의 초조한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우격다짐 식으로 몰아붙이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 여권 내부 갈등의 정치적 대가는 여권 스스로 치러야 할 몫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국정운영이 마비되고 파행을 빚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게 문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무리수를 계속 둘 게 아니라 순리에 따라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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