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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0여년 모은 미술자료, 디지털로 남기는 게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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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0여년 모은 미술자료, 디지털로 남기는 게 남은 과제”

입력
2018.06.19 04:40
수정
2018.06.20 13:4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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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개관 10주년 ‘걸어다니는 미술사전’ 김달진 관장 이중섭ㆍ박수근ㆍ천경자 등 360여명 전시 팸플릿ㆍ화집 등 2만여점 소장 28일부터 ‘한국미술평론의 역사’展 “자료 보관 공간, 정부 지원 절실”

/그림 1김달진 관장이 천경자 디폴더를 들고 있다. 김 관장은 360여명의 작가 디폴더를 매일 직접 업데이트 한다. 배우한 기자

해방 후 한국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의 팸플릿, 도록, 관련 기사가 필요하면 이곳을 찾으면 된다. 서울 홍지동에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곳은 전시회 팸플릿 1만4,000여점, 작가 화집(단행본 포함) 8,000여권을 비롯해 미술학회지, 논문, 신문자료 등 2만여 점의 자료가 소장돼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등 주요 작가 360여명의 팸플릿, 도판, 신문 잡지 기사를 스크랩한 디폴더는 매일 업데이트된다. 이 2만 점을 수집한 사람은 오직 한 명, 김달진(63) 관장이다. 최근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1970~1999년 한국미술전시자료집을 PDF파일로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고, 이달 28일부터 11월 10일까지 기념 전시회 ‘한국미술평론의 역사’를 연다. 12일 박물관에서 만난 김 관장은 “정신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걸어 다니는 미술사전. 김 관장 앞에 붙은 수식어다. 고교시절부터 신문, 잡지에 실린 세계 명화 화보를 스크랩하기 시작했으니 40여년을 미술 자료 수집에 매달린 셈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 근무하며 금요일마다 인사동 화랑가, 신문사를 돌며 팸플릿과 도록, 보도자료를 수집했다. 이렇게 얻은 또 다른 별명이 ‘금요일의 사나이’. 눈으로 직접 전시장에 걸린 그림과 도록에 실린 작품을 대조해야 직성이 풀리는 ‘꼼꼼한 달진씨’(역시 별명 중 하나다)는 오랜 세월 자료 잔뜩 넣은 가방을 메다 오른쪽 어깨가 처져 몇 년 전 수술까지 받았다.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을 거쳐 자신의 이름을 건 ‘김달진미술연구소’를 연 게 2001년 12월, 이듬해 1월 월간지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했다. 제호처럼 서울의 모든 전시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소개하는 이 잡지의 발행부수는 2만5,000권. 잡지 광고 수익이 연구소와 박물관의 주요 재원이다. “연구소 자료실을 주 3회 일반에 무료 개방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박물관으로 등록하라는 권유가 많더라고요. 꼭 건물이 없어도 등록된다는 말에 통의동 건물 지하에 세를 얻어 2008년 박물관을 열었죠.”

김달진 관장은 미술 작가와 작가의 가족, 연구자가 박물관을 찾으면 꼭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김 관장은 “돌아가신 정병관 이화여대 교수가 여기 왔을 때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됐다. 보람 있지만 한편으로 착잡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김달진 관장은 미술 작가와 작가의 가족, 연구자가 박물관을 찾으면 꼭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김 관장은 “돌아가신 정병관 이화여대 교수가 여기 왔을 때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됐다. 보람 있지만 한편으로 착잡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건물 없는 설움이 시작됐다. 통의동에서 창성동으로 다시 창전동으로 이사를 다녔다. 좁은 장소에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자료 2만여점은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장소로 건물을 매입해 들어온 게 2015년, 이제 연구소와 박물관 직원만 13명에 달한다. “젊었을 때는 수집하는 기준도 없었어요. 취미로 시작해서 ‘다다익선’으로 모으다 작가 별로 분류를 시작했죠. 지금은 기관, 작가, 미술단체 같은 세부 기준으로 나누는데 제 아카이브 방식은 문헌정보학과나 정보기록학과에서 나누는 학문적 분류하고도 달라요.” 2013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도서관과 기록관, 박물관의 자료 수집 방법을 통합한 ‘라키비움(Larchiveum)’ 강좌를 개설한 계기다. 3년 전 한국외대 특강을 갔다 김 관장의 아카이브 방식을 눈 여겨본 학교 관계자가 그 자리에서 강의를 제안해 다음 학기에 개설했다. 김 관장은 “남은 과제는 이 자료들을 디지털 작업으로 후세에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해방 이후 1999년까지 개최된 한국미술 전시목록을 제공하기로 한 배경이다. 단체전 2만6,362건, 개인전 2만4,091건, 한국미술 해외전 1,926건, 외국미술 국내전 2,384건 등 총 5만4,763건의 전시정보는 연구소 사이트(www.daljin.com) 게시판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는 1919년생 이경성부터 1970년생 반이정까지 한국 미술평론가들에 관한 자료 200여점을 소개한다. 김 관장은 “미술평론가의 육필 원고는 물론 자필 이력서와 편지 등 미공개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공 지원은 희박해요. 해외 전시나 행사에 사람이 얼마나 들었다는 건 금방 표가 나지만 이런 작업은 양적 평가가 되기 어렵거든요. 한데 외국에서도 자료 구하러 이 박물관을 찾아와요. 영화든 사진이든 다른 분야에서도 저 같은 수집가가 있지 않았겠어요. 우리 같은 수집가한테 제일 절실한 게 자료를 쌓아둘 ‘공간’이에요. 기부채납 같은 어떤 조건을 붙여서 각 장르마다 수집한 자료를 보관할 멀티플렉스 같은 공간을 서울 변두리에라도 지어주면 시너지 효과도 있을 텐데 그게 어렵단 말이지요. 국가가 거시적으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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