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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들어간 한상균... 경찰력 조계사 투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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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들어간 한상균... 경찰력 조계사 투입 검토

입력
2015.1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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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 처리할 때까지 머물겠다”

기자회견문서 장기은신 의지 밝혀

중재 자처했던 조계사 화쟁위 곤혹

신도회는 “불가… 퇴거 요구할 것”

“영장 집행 등 여러 방안 있다”

경찰 공세 변화에 노정 충돌 우려도

7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을 쫓아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7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을 쫓아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결국 자진퇴거가 아닌 장기은신을 택했다. “5일 서울 도심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면 6일 스스로 조계사를 나가겠다”는 약속을 뒤집으면서 한 위원장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해지고 있다. 그를 보듬던 조계종 측 기류도 변하고 있고, 경찰 역시 경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해 또다시 노정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7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000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며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음을 깊은 아량으로 품어주시길 바란다”며 장기은신 의지를 내비쳤다.

한 위원장이 조계종 화쟁위원회까지 나서 경찰 출두를 설득했음에도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노동개혁 이슈를 연말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이달 예고한 총파업(16일)과 3차 총궐기 선포대회(19일)가 성공적으로 성사되고 이 동력으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려면 위원장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버티면서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5대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 무산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일을 한 위원장 퇴거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조계사 신도회 측은 장기은신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도회 관계자는 “금명간 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내놓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강하게 퇴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정부의 중재를 자처했던 화쟁위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은 일단 “(장기 은신에 대한) 입장은 8일 회의 후 밝힐 계획”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내부적으로 더 이상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무를 명분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 위원장의 자진퇴거를 기다리면서 무대응 원칙을 고수했던 경찰도 적극 공세로 돌아섰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당하게 영장이 발부된 사람이 법 집행에 응하지 않는데 경찰은 뭐하느냐는 국민적 비난과 우려가 커지고 있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수사 압박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한 위원장이 스스로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이날을 기점으로 대응 방식에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다.

특히 강 청장은 “조계사 쪽에 공식적으로 영장 집행을 하겠다고 요청한다든지 물밑으로 조율을 하는 여러 방안이 있다”고 말해 조계사 측과 대화 채널도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찰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 때 조계사에 은신한 수배자 검거를 목적으로 조계사 측에 미리 체포영장 집행 사실을 통보한 전례가 있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과 퇴거를 요구하는 조계사 신도들 사이에 몸싸움이 재연될 경우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검거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조계사의 퇴거 요청 같은 명분이 갖춰지면 경력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노총과 더 대화할 시기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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