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
조현신 지음
글항아리 발행ㆍ340쪽ㆍ2만원
일본인들은 백화점 화장실 변기만 봐도 바로 이곳이 교토임을 직감한다던가. 모양이나 색이 요란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디자인은 원래 그런 거다. 현란하기보다 일상에서 슬쩍 잡아 끄는 그 무엇. 디자인 역사 연구자인 저자는 그릇, 화장품, 전화기, 자동차, 초등 국어 교과서, 라면 등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주제 15가지를 골라 그 사물들의 디자인을 논했다. 물론 따끔따끔하다. 오직 광고모델의 성적 대상화에만 집중하는 소주 광고, 가장 중요한 면의 상태를 보여 주지 않으면서 자극적인 빨강ㆍ검정만 남발하는 라면 포장 등을 꼬집는다. 그거야 상술이니 그렇다 쳐도 초등학교 교과서 디자인 지적은 좀 뼈아프다. 저자는 옛적 충효 논리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묘사 대상이 오직 가족과 친구뿐인 건 아쉽다고 해 뒀다. 어릴 적부터 가르쳐야 할 것은 내 울타리를 넘어선, 다른 이들과의 협동, 배려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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