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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 ‘묵암당 진영’ 100년 만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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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 ‘묵암당 진영’ 100년 만에 돌아온다

입력
2017.12.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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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까지 동국대박물관 특별전 '나한'을 통해 전시되는 '묵암당 진영'이 최근 일본 개인 소장자와 협의를 통해 고향인 순천 송광사로 돌아온다. 동국대박물관 제공
8일까지 동국대박물관 특별전 '나한'을 통해 전시되는 '묵암당 진영'이 최근 일본 개인 소장자와 협의를 통해 고향인 순천 송광사로 돌아온다. 동국대박물관 제공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 있다가 1910년대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승려 초상화가 약 10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동국대박물관 특별전 ‘나한’에 전시된 ‘묵암당 진영’을 일본 개인 소장자와 협의해 환수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조선시대 승려 초상화가 대부분 1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18세기에 그려진 ‘묵암당 진영’은 희귀성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된다.

‘묵암당 진영’은 18세기 승려인 묵암 최눌(1717∼1790)의 말년 모습으로 추정되는 그림이다. 주로 전남 지역에서 활동한 묵암은 화엄학의 대가로 이름을 떨친 학승이다. 임진왜란 때 서산 대사와 함께 송광사를 지켰던 부휴 대사의 적통으로 불교 해설서 ‘제경회요’, 시문집 ‘묵암집’ 등을 남겼다. 묵암은 송광사 부속 암자인 보조암에서 입적했고, 입적 당시 보조암에 그의 초상화를 내걸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정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이 그림은 불교 회화사에서도 중요한 그림으로 꼽힌다. 정우택 동국대박물관장은 “표정은 물론이고 신체 비례가 자연스럽고 묘사가 정확하다”며 “이 진영처럼 실존의 모습을 그대로 정확하게 그려낸 사례는 거의 볼 수 없어, 생전 실물을 그대로 옮긴 유일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신발 등 그림 곳곳에 금니를 적절히 사용했고, 초상화 위쪽에 표현된 장식요소인 풍대가 있는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송광사는 일제강점기 직전 항일 의병을 돕는 근거지 역할을 했던 사찰이다. 일제가 사찰 건물을 파괴하고 문화재를 약탈할 때 묵암당 진영도 일본으로 빼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묵암당 진영은 동국대박물관 전시가 끝나는 8일 이후 송광사로 되돌아 갈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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