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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金'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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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金' 깊어지는 고민

입력
2015.02.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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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비서실장 공백 속 집권 3년 차… 李 총리 인사청문회서 내상 입어

비서실장 거의 매일 한두명씩 하마평… 거론된 인사만 15명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은 2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와대 직원 조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은 2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와대 직원 조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착잡한 마음으로 집권 3년 차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인 25일에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고민했다. 사표를 제출한 김 실장이 이번 주부터 출근을 하지 않아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는 사실상 공석이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의 수용한 사실을 공개한 이후 일주일 넘게 시간을 끌면서 청와대는 뒤숭숭하다. 비정상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 중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중동 출국(3월1일) 전까지는 후임이 발표되지 않겠느냐"는 추측과 "박 대통령 말고 돌아가는 사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성토만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첫 단추부터 꼬인 비서실장 인선

청와대 관계자에 비서실장 인선이 지연된 까닭을 묻자 "이번 인사는 예수님, 부처님이 와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쇄신 결의와 국민ㆍ국회와의 소통 의지, 경제혁신 비전 등을 차기 비서실장 한 명의 얼굴을 통해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어 최적의 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이완구 변수'는 비서실장 인선을 난산으로 만들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내상을 입으면서 인적쇄신 의미가 상당히 퇴색하고 차기 비서실장에 대한 기대치가 잔뜩 높아져 박 대통령이 '편한 사람'만 골라 쓸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정 기조로 '오로지 경제'를 내세운 것에 걸맞은 인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박 대통령과 호흡이 맞으면서 경제분야 식견과 당정청 간 정책조율 능력을 두루 갖춘 인사를 뽑아 쓰기에는 청와대의 인재 풀이 충분하지 않다.

일부 인사들은 청와대의 비서실장 영입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장은 때로 악역을 맡아야 하고,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잘못을 뒤집어 써야 하는 자리라는 점 때문에 선뜻 나서는 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저조하고 국정운영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위해 순순히 독배를 마실 인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누구든 비서실장을 맡으면 내년 20대 총선 출마 길이 막힌다는 점도 인선의 걸림돌로 꼽힌다.

측근형? 경제통? 명망가형? 소통형?

박 대통령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비서실장 교체를 기정사실로 못박은 이후 후임자로 거론된 인사는 약 15명에 이른다. 인선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콘셉트의 인사들이 거의 매일 한 두 명 씩 '정치권 발 하마평'에 추가됐다.

초기에는 박 대통령의 원로 지원그룹인 '7인회' 등에서 실세ㆍ측근형 비서실장을 선택할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현정부에서 비서실장은 인사를 총괄하는 등 권한이 막강한 자리이고 박 대통령의 '심기 경호'도 맡아야 하는 만큼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쓸 것이라는 논리가 보태졌다. 그러나 김 비서실장과 비슷한 유형의 인사를 다시 쓰면 쇄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정택 정책기획조정수석이 발탁돼 사실상 왕수석 역할을 맡은 이후엔 제2의 왕실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후 '청와대가 경제혁신 의지를 보이고 경제정책 조율에 힘을 싣기 위해 경제통을 발탁할 것', '비(非)정치권 인물로 쇄신 이미지를 강화하고 여권 기강을 다잡기 위해 법조계 원로를 쓸 것' 등의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경제전문가나 법조인에 청와대 조직을 단속할 강한 리더십과 고도의 정무ㆍ정치 능력이 요구되는 비서실장을 맡길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왔다. 다만 경제통 기용설은 최근까지 힘을 얻고 있다.

당정청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전ㆍ현직 의원이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의원직 사퇴와 내년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시간을 끌면서 인선이 지연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후임 비서실장의 성격과 인물을 놓고 이처럼 설이 분분한 것은 청와대의 고민이 그 만큼 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차기 비서실장의 요건

차기 비서실장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비서실장 인선을 지켜보는 국민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고, 청와대가 참고할 만한 '모범 답안'이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소통 형 비서실장을 꼽았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여론이 나빠져도 박 대통령이 제 때 반응을 안 하는 등 소통 부문에서 비서실장의 보좌가 부족한 측면이 컸다"며 "박 대통령에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직언할 사람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정책 형 비서실장을 추천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에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기능이 부족한 만큼 박 대통령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정책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후보자들을 일일이 만나 본 뒤 최선의 비서실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박 대통령을 냉정하게 보좌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에 익숙한 사람,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연이 있는 사람 등을 편하게 쓰면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에 차장을 두는 미국처럼 비서실장의 역할을 분담해 업무가 쏠려 발생하는 논란을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비서실장은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하므로 측근을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받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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